프롤로그

by Napolia


계산기 두드리다 등짝 맞은 남자의 고백
"사랑도 가성비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멍청한 질문 하나가 내 인생의 대공황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이름은 나경제. 평생을 숫자로만 세상을 살아온 전직 은행 지점장이자, 자칭 '합리적 가장'이다. 나는 믿었다. 결혼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효율적 합병이고, 아내의 침묵은 시장이 안정되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하지만 은퇴를 코앞에 둔 어느 날, 식탁 위에 올라온 이혼 서류는 내 인생 최대의 '마진콜(강제 청산)' 경보였다. "여보, 이게 뭐야? 위자료 협상하자는 거야?" 나의 물음에 아내, 아니 우리 집의 실질적 CEO인 '정말자 여사'가 밥주걱을 들고 나왔다.

"협상? 웃기시네. 이건 파산 선고다. 방 빼."

이 책은 낭만이나 환상 따위는 진작에 걷어차 버린, 어느 현실 부부의 처절한 '관계 회생 보고서'다. 미리 일러두지만, 이 책에 솜사탕 같은 달달한 로맨스는 없다. 대신 냉장고 반찬 정리로 3차 대전을 치르고, 5만 원 용돈 때문에 등짝을 맞는 짠내 나는 추격전만 있을 뿐이다.

제목은 거창하게 '사랑 경제학'이라 붙였지만, 실은 나경제라는 찌질한 남편과 정말자라는 억척스러운 아내가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삶의 애환이다. 내수 침체(대화 단절)를 겪고, 신용 등급(신뢰)이 바닥을 치면서도, 기어이 서로의 낡음(감가상각)을 껴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화려하게 사시는 분들, 실패를 모르고 승승장구하시는 분들께는 정중히 권고한다. 이 책을 덮으시오. 당신들에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잡설(雜說)일 뿐이다.
하지만 사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분들, 도대체 저 인간 머릿속엔 뭐가 들었나 궁금한 부부들, 그리고 밋밋한 삶에 짭조름한 조미료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어서 오시라. 계산기를 두드리다 끝내 울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당신의 퍽퍽한 가슴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자, 이제 나의 부끄러운 장부를 펼친다.


나경제 씀




"본 콘텐츠의 삽화는 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