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의 원리 : 사랑의 기초 다지기
[Scene]
나경제 씨는 억울할 때마다 과거를 소환한다.
"내가 연애 땐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맞다. 나경제씨와 정말자 여사가 썸 타던 시절, 그는 쥐뿔도 없으면서 "오빠가 쏜다"며 1인당 15만 원짜리 오마카세를 할부로 긁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 여사가 "동네에 순대국 맛집 생겼대. 가보자"라고 하면 정색을 한다. "국밥이 무슨 1만 원이나 하냐. 그 돈이면 마트에서 사골 국물 사다가 일주일은 먹는데. 집에서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자고."
정 여사가 혀를 차며 쏘아붙인다. "야, 네가 옛날에 먹인 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기름기였냐?"
나경제 씨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항변한다. "그건 '초기 투자 비용'이었고, 지금은 '감가상각'이 끝난 자산이잖아. 유지 보수만 하면 돼.”
그날 저녁, 나경제 씨의 밥상엔 정말로 '라면'만 올라왔다. 파 한쪽, 계란 하나 없는 완벽한 맹탕 라면.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면발과 함께 서러움이 후루룩 딸려 올라왔다.
"만원 아끼려다 10만 원어치 욕먹었다. 가성비 따지다 내 인생 나락 가네~휴."
연애 시절의 과잉 공급(인플레)과 결혼 후의 긴축 재정(디플레). 이 극단적인 온도 차이가 시장(아내의 마음)을 교란시킨다. 사랑의 적정가는 '꾸준함'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