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친환경' 마크를 단 플라스틱

제5부. [소비] 믿음의 배신, 절약의 굴레

by Napolia

​20. '친환경' 마크를 단 플라스틱


​오후 2시, 카페 창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젓던 손이 멈춘다. 입술에 닿는 축축하고 눅눅한 감촉. 종이 빨대다.
커피 향 사이로 젖은 골판지 냄새가 올라오고, 빨대는 흐물거려 제대로 빨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참는다. 지구를 지키는 대가치고는 싸다고 위로하며.
​집에서도 나의 '친환경 투쟁'은 눈물겹다.
배달 용기에 묻은 빨간 기름때를 지우려 뜨거운 물을 붓고, 페트병에 붙은 끈끈한 라벨을 떼어내려 손톱이 뒤집히도록 긁어댄다. 베란다 한구석에는 씻어 말린 플라스틱들이 탑처럼 쌓여 있다.
​나는 믿었다. 나의 이 소소하고 찌질한 불편함들이 모여 북극곰의 빙하를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마트 진열대 앞,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Eco', 'Green', 'Bio'.
초록색 나뭇잎 그림이 그려진 제품들이 넘쳐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종이 병' 화장품.
"플라스틱을 줄였습니다. 지구를 위한 선택."
​나는 지갑을 열었다. 비쌌지만, 죄책감을 덜어주는 비용이라 생각했다.
집에 와서 호기심에 가위로 그 종이 병을 잘라보았다.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종이 껍데기가 벗겨지자, 그 안에 숨어 있던 매끈한 플라스틱 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혁신이 아니었다. 플라스틱에 종이 옷을 입힌 '눈속임'이었고, 소비자의 죄책감을 이용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 전술이었다. 전문 용어로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
​나의 '진짜 노력'은 기업들의 '가짜 마케팅' 앞에서 바보가 되었다.
그들은 플라스틱 생산 라인을 멈출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플라스틱만큼 싸고 돈이 되는 소재는 없으니까. 대신 그들은 책임만 소비자에게 떠넘긴다.
"분리수거를 잘하세요", "라벨을 떼세요", "빨대를 쓰지 마세요."
​쓰레기를 만들어낸 생산자는 뒤로 쏙 빠지고,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책임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가짜 초록색 페인트 뒤에서, 진짜 자연은 지금도 질식하고 있다. 'Eco'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쓰레기더미에 깔려서.




​[작가의 한마디]

"지구를 지키는 건 눅눅한 빨대가 아니라, 기업의 양심일 텐데..."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