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소비] 믿음의 배신, 절약의 굴레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앞,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찢어발기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나 무시해?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 매니저 나오라고 해!"
소리의 진원지에는 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의 차림새는 '걸어 다니는 명품관'이었다. 어깨에는 C사의 체인 백, 목에는 H사의 실크 스카프. 그녀는 온몸으로 자신의 부(富)를 시위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유니폼을 입은 앳된 직원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떨고 있었다. 사모님은 검지 손가락으로 직원의 이마를 삿대질하며 훈계를 시작했다.
"서비스가 기본이 안 되어 있어, 기본이. 격 떨어지게!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지,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대꾸야?"
그녀는 '수준', '격', '기본'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마치 자신이 이 구역의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그런데 내 눈길을 끈 건 그녀의 표독스러운 입술이 아니라, 그녀가 꽉 움켜쥐고 있는 그 명품 가방이었다.
조명 아래 번들거리는 가방. 얼핏 보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진품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로고의 금속 장식이 미세하게 탁했고, 가죽의 퀼팅 박음질이 정교하지 못하고 살짝 울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녀가 흥분해서 팔을 휘두를 때마다 스카프 뒤쪽의 조잡한 라벨이 희미하게 보였다.
소위 말하는 '특S급 짝퉁'.
그녀는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짜'를 두르고서, 직원에게 '진짜 태도'를 요구하고 있었다. 짝퉁 가방을 든 손으로 책상을 치며 "너희들의 가짜 미소가 역겹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직원을 보았다.
그녀는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입술을 꾹 깨물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싸구려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다하려는 그 태도만큼은 그 어떤 명품보다 빛나는 '진짜'였다.
가방의 박음질이 삐뚤어진 건 수선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고 짓밟는 그 삐뚤어진 마음은, 어떤 명품 로고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가짜를 두를수록 그 내면의 초라함은 더욱 선명하게 대비될 뿐이다.
"가방은 가짜를 들어도 되지만, 인격마저 가짜면 곤란합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