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자라는 사계절

<햇살과 바람 사이, 나의 계절> 시리즈 2 (1)

by 이민자의 부엌

안녕하세요, 이민자의 부엌입니다. 시리즈 2에서는 ‘햇살과 바람 사이, 나의 계절’ 라는 주제로, 캐나다의 사계절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풍경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눈부신 여름, 고요한 겨울, 그리고 그 사이의 잔잔한 변화들. 그 속에서 우리가 발견한 삶의 조각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미시사가의 작은 집 뒤편, 버려졌던 땅 한 켠에 나는 텃밭을 일구었다.
처음엔 잡초만 무성했던 그곳이, 이제는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생명의 터전이 되었다.


봄이 오면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고, 유기농 거름을 정성껏 뿌린다.
캐나다의 봄은 아직 겨울의 숨결을 품고 있어, 4월에도 눈이 내리곤 한다.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심는다.
한인마트에서 구한 씨앗들을 발아시켜 모종을 만들고,
5월 중순이 되면 텃밭에 옮겨 심는다.
아삭이고추, 청양고추, 깻잎, 애호박, 가지, 배추, 열무, 오이, 토마토, 상추…
작은 씨앗 하나하나에 계절과 정성을 담아 심는다.


텃밭일지를 쓰며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흙을 돋우고, 잡초를 뽑는다.그렇게 정성을 들이면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여름의 햇살 아래 흘린 땀방울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자라나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는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그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여름의 텃밭은 상추로 시작해, 토마토와 다양한 채소들이 줄지어 식탁을 채운다.
깻잎으로는 김치와 장아찌를 담그고, 깻잎전을 부쳐 먹는다.
열무는 시원한 열무김치로, 꽈리고추는 멸치와 볶아 밥도둑이 된다.
오이와 토마토는 아침마다 청국장 샐러드로 변신해,
우리 부부의 건강과 일상의 활력을 지켜준다.
청국장도 직접 만든다.
서리태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이 좋을 것 같아, 늘 서리태로 청국장을 띄운다.


가을이 오면 텃밭은 마지막 힘을 다해 풍요를 선물한다.
토마토, 고추, 깻잎이 여전히 싱싱하게 자라며
천고마비의 계절 속에서 자연의 은혜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겨울이 오면 텃밭은 하얀 눈 속에 잠시 잠든다.
그 모습이 아쉽기도 하지만, 부엌 창가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눈 덮인 뒷마당을 바라보는 순간, 그 고요함과 평화가 또 다른 위로가 된다.


내년에는 깻잎과 토마토는 조금 줄이고,
애호박과 오이, 상추는 더 많이 심을 계획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텃밭의 구성은, 우리 삶의 리듬이자 자연과의 약속이다.


이 작은 텃밭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사계절을 품고, 사랑을 키우고, 건강을 지켜주는 삶의 일부다.
미시사가의 이 작은 땅에서, 우리부부는 오늘도
텃밭과 함께 계절을 가꾸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