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바람 사이, 나의 계절> 시리즈 2 (2)
사람의 감정은 참으로 신비롭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음도 함께 물결친다.
봄이 오면 이유 없이 가슴이 설레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처럼 감정이 요동친다.
가을이 되면 쓸쓸함이 마음 한켠을 스치고,
겨울이 오면 외로움이 조용히 스며든다.
계절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는 섬세한 붓질 같다.
지금의 계절은 나를 묘하게 들뜨게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여름의 무게에 익숙해질 무렵,
어느새 가을이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눈을 뜨고 있을 땐 분명 여름이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가을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고, 그 열기 속에서 나는 조금 지쳐 있었지만,
가을의 기척은 그 모든 피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여름 내내 텃밭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상추와 토마토, 오이와 깻잎이 줄지어 자라며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아침마다 흙을 만지고, 물을 주며,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를 바라보던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가꾸는 일, 나를 돌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달라졌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그 안에 스며든 선선함이
가을의 첫 인사를 전한다.
텃밭의 깻잎은 꽃대를 올리고,
오이와 애호박은 더 이상 열매를 맺지 않는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지나온 여름이 내게 남긴 땀과 수확의 기억은
한 계절의 소중한 흔적이 된다.
어릴 적부터 나는 가을을 가장 좋아했다.
그다음은 봄, 여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겨울은 늘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살아가는 이곳 캐나다는 긴 겨울로 유명하다.
때로는 그 사실이 이민자로서의 삶을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낯선 땅에서 긴 겨울을 견디는 일은,
어쩌면 삶을 배우는 또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가을을 사랑한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
선선한 공기 속의 고요함,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색감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가을이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아마 내가 가을을 사랑하는 만큼,
그 계절도 나를 닮아가는 것일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문 앞에 서 있다.
커피 한 잔의 온기,
창가로 스며드는 노란 햇살,
바람에 실려 오는 낙엽의 속삭임.
그 모든 순간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