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시에 전철을 탔다.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열한 시가 되었다.
열하나 빼기 일곱은 넷
한 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네 시간이 걸렸다.
세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루를 살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하는데
낭비할 시간이 없는데
시곗바늘이 머리에 박혀 쉴 새 없이
종알거린다. 일을 해, 일을.
피가 흐르지 않을까?
머리를 만져본다.
사람들은 긴 밤을 지나
내일을 향해 가고 있지만
나는 갈 곳이 없다.
오늘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옛날 우리 집에서 자취하던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던 시기라 모두 하루하루 땀 흘려 열심히 일해야 했습니다.
아저씨는 늘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얼굴을 마주친 기억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습니다.
그의 하루는 늘 급했습니다. 아무 여유도 없었고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하루를 살기 위해 하루치 이상의 힘을 매일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갑자기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부모님은 “그냥 떠났다”라고 말했지만, 떠난 것이 아니라 버텨온 하루들이 모두 소진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어딘가에서, 조금은 덜 독하게 조금은 덜 피곤하게 살고 있기를.
그리고 문득, 지금의 나를 돌아봅니다. 형편은 나아졌지만, 정신은 여전히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똑같이 바쁘고, 똑같이 지쳐 있고, 똑같이 하루를 벌어 다음 날을 사는 중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을 전부 소진해야만 내일을 허락받는 존재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