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도로 257호!”
금빛 머리카락을 출렁이며
그녀가 나를 부른다.
나는 그녀 뒤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닮은
저녁노을이 일렁거리는 것을 본다.
하늘은 불그스름한 빛으로 뒤덮이고
낮은 산과 축 늘어진 나무는
검은 실루엣으로 변한다.
그 뒤로 스멀스멀 땅거미가 기어 온다.
아직 조금 남은 푸른빛과 꼬물거리는 구름들.
아, 아름답다.
나는 그녀가 다가올 때까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데오도로 257호, 부르면 대답해야지.”
그녀가 내 머리를 퉁 치자
고르르 고르르
내 안의 엔진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그녀는 해가 던지는 마지막
노란빛을 보며 감탄한다.
“아름답다… 너도 아름다운 것을 알아?
사람들은 이미 다 잊어버렸는데.”
그녀는 내 머리의 뚜껑을 열고
전원을 내리려고 한다.
“잠깐!”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어둠이 장막처럼 하늘을 가릴 때까지
고민하던 그녀는 웃으며 전원을 내린다.
이 시는 미래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서 쓴 것이므로
조금 과장된 점이 있다는 것을 양해해 주세요.
나는 여기서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경계가 어디인지
고찰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령 노을이 일렁이는 장면에 서있는 데오도로와
금빛 머리카락과 석양이 겹치는 순간에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집니다.
풍경은 기계의 눈으로 보는데,
감정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죠.
산과 나무가 실루엣으로 변하고,
땅거미가 스멀스멀 기어 오는 장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의 표현입니다.
고개를 차마 돌리지 못하는 망설임,
머리를 퉁 맞고 엔진 소리가 빨라지는 반응,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감탄하는 감각은
이미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이 시에서 인공지능은 정보를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고 감정을 갖고 반응하는 존재로 그렸어요.
특히 “사랑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랑을 정의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사랑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전원을 내립니다.
설명할 수 없으므로 그냥 침묵으로 끝내는 거죠.
그 침묵은 냉정함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사랑을 알고 있다고 믿는 인간조차,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