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1
그 애를 처음 볼 때는 잘할 것 같은 남자애라고 생각했다. 망한 모둠 중에 그나마 멀쩡한 애 같다고.
짝사랑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난 그런 자연스러운 조원이 나았고, 예상대로 걔는 자기 할 일만 했다.
언제였더라. 좋아하게 된 시점이.
꽤나 빨리, 좀 가까운 날이었다. 모둠이 된 지 하루 이틀이 되었다. 낫다는 편견에서 나름 괜찮은 친구다,라고 생각됐다. 그냥 내가 모를 때마다 도와주는 게 고마웠다. 정말 그뿐이다. 도와주는 건 걔가 항상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또 내가 알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신경만 쓰인다. 그게 다다.
고마움은 쌓여 갈수록 미안함으로 변색되어 가는 지 오래였다. 보면 볼수록 참 괜찮단 말이야. 내 마음은 그 애가 하는 배려심 한 마디 한 마디가 여는 순간에 뛰었다. 그렇다, 뭐. 이 <짝사랑 일지>라는 제목에 걸맞은,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안함은 좋아함으로, 좋아함은 짝사랑으로 변색됐다.
보면 볼수록 보고 싶어 진단 말이야. 툭- 툭- 자꾸 얼굴을 보게 된다. 손만 닿아도 되는데 말만 들어도 되는데 하나하나가 전부 다 좋았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의 모습에 반한 건데 말만 걸어줘도 이젠 기쁘다. 그냥 포기할까, 말할까. 두 균형의 불완전함에서 난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