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가 망친 내 연애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심리 진화가 내 연애에 미친 영향

by 심연천문대

나는 MBTI에서 N 성향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취미가 ‘상상’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인지 S 유형과의 대화는 유독 재미없고, 공감대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

"대화가 잘 통한다"라고 느꼈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고찰해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이성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N유형인가, 아닌가’였다.

이는 나만의 통계 결과이자 결론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는 유독 S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결국 챗GPT에게 국가별 S와 N의 비율을 물어보았다.

Myers-Briggs 재단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S는 약 73%, N은 약 27%이다.

다른 대규모 조사에서도 S가 약 67%, N이 33%로, 전반적으로 S가 N보다 약 2.5배 많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S는 약 63.8%, N은 36.2%이다.

한 커뮤니티 사용자에 경험에 따르면 S:N 비율이 대략 3:1 수준으로 많다고 느낀다고 한다.

국가별 특징으로는 동남아 및 동아시아는 대체로 S 유형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 데이터를 보고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S와 N의 분포는 혹시 집단주의적 문화나 수직적 사회 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걸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도 언급되듯, 아시아는 오랫동안 쌀을 중심으로 한 농경사회였다.
쌀 재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그 집단에서 낙오하면 곧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보다 집단의 조화와 역할 수행이 더 큰 가치로 여겨졌다.


S 유형은 실용적이고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인간은 ‘확증편향’이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로,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을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더 강한 친밀감을 느끼고 함께 뭉치는 경향이 있다.

반면 N 유형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향이 강하다.

‘창의적’과 ‘혁신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간의 새로운 사상과 사고방식은 공동체 내에서 위협으로 인식되었다.

리스크로 간주되기 쉬운 이들은 결국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별종’으로 취급되며 낙오되곤 했다.


아시아는 대체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예’를 중시한다.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수직적 관계가 팽배하다.

이런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는 기존 체제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S 성향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리고 그 성향은 세대를 거치며 더욱 강화되었다.

반면 N 유형은 본능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그런 태도가 반항으로 비쳤고 종종 숙청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권에서는 S 성향이 N보다 유전적·문화적으로 더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의 사회 구조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문화권은 사회가 현대화되었음에도 여전히 수직적 위계질서가 깊게 남아 있다.

그 속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N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유독 N들은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현실에 순응하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 주변은 여전히 S로 가득 차 있다.


이토록 장황한 글을 쓴 이유는 단 하나다.

아시아가 쌀을 먹으며 진화했기 때문에,

나는 아직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했다는 거창하고도 우스운 핑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