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끈이 이끈 인연
“운명의 빨간 실”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전설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새끼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묶여 있다.
그 빨간 실은 운명의 상대와 이어져 있다고 한다.
월하노인이라 불리는 노인이 묶어준 빨간 실로 이어진 남녀는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반드시 맺어진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전설이다.
모든 사랑이 이별로 끝난 나에겐 애초에 빨간 실이 없었던 걸까.
반드시 맺어질 인연이란 도대체 뭘까.
우리는 인연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족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인연 또한 존재한다.
문득, 섬뜩한 생각이 스쳤다.
인연은 선택으로 생기는 것처럼 보여도 어쩌면 모든 것이 이미 운명처럼 정해져 있다고.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돌고 돌아 다시 곁으로 오는 인연이 있다.
결이 같았지만 끝내 스쳐가는 인연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절인연’이라 불리는 보내줘야만 하는 씁쓸한 인연들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운명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까.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안다면 인간은 선택권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고 믿고, 그 믿음에 기대어 살아간다.
어쩌면 그 믿음은 운명과 인연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운명이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인연이 운명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빨간 실을 찾듯,
오늘도 괜스레 새끼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