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야 찾아오는 관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인연에 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인연 속에서 운명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내린 답은 이렇다.
인연은 모래, 사랑은 불, 그리고 운명은 유리다.
세상에 흩어진 모래알처럼, 사람도 셀 수 없이 많다.
흔해 보이는 모래알도 제각기 다르듯, 사람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다.
또한 겉으로는 흩어져 보이지만 모래가 서로 이어져 있듯,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래는 불과 함께 오래 있으면 녹아 유리가 된다.
이처럼 불은 본질마저 바꿔버리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인연이라는 모래에 사랑의 불이 닿으면, 유리라는 운명이 된다.
유리는 불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띤다.
불에 녹은 모래는 유리가 되는 동안 서서히 자신의 형태를 다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리는 화려한 공예품이 되기도, 삶에 필요한 필수품이 되기도 한다.
마치 우리가 저마다의 사랑으로 각기 다른 운명의 형태를 만들어가듯.
하지만, 뜨거운 불이라 해도 모든 모래를 녹일 수는 없다.
어떤 불은 누군가를 완전히 녹여 운명으로 만들지만,
어떤 불은 그저 화상만 남기고 꺼져버리기도 한다.
사랑이 언제나 완성되는 건 아니다.
또한, 운명은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도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금세 깨져버리는 유리처럼, 운명도 쉽게 부서진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연인과 헤어지면 ‘깨졌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깨진 유리도 다시 녹여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듯,
우리도 이별 후 또 다른 사랑의 불로 새로운 운명을 만든다.
아마도 운명을 찾는 방법은 '나'라는 모래알을 녹일 수 있는 온도의 불을 찾는 게 아닐까.
영원히 모래알로 살아갈 것인지,
깨진 유리로 남아 있을지,
새로운 유리가 될지는,
결국 그것은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