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도록 만들어진 길 위에서
우리는 덫이 없는 들판을 상상하며 사회에 들어온다.
그러나 발을 디디는 순간, 보이지 않는 철사가 발목을 감싼다. 그것은 폭력처럼 드러나지 않고, 제도처럼 냉정하지도 않다. 오히려 친절한 얼굴로 말을 건넨다. 괜찮다, 다들 이렇게 산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그렇게 사회는 덫을 숨긴 채 인간에게 적응을 가르친다.
덫은 대개 규칙의 형태를 띤다.
규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하다는 말은 언제나 과잉을 정당화하는 가장 빠른 변명이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효율을 위해, 공정을 위해 규칙을 세운다. 그러는 사이 규칙은 목적이 되고, 목적은 인간을 시험하는 장치가 된다. 통과한 사람만이 정상으로 불리고, 걸려 넘어진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결을 받는다. 덫은 이 판결의 언어로 완성된다.
이 사회의 덫은 실패를 개인의 성격으로 환원한다.
넘어지면 네 탓이고, 늦으면 네가 느린 것이다. 구조는 언제나 배경으로 물러난다. 배경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심문한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견뎠는지, 얼마나 참았는지를 묻는다. 질문은 위로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은 덫의 매듭을 더 단단히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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