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화롭다는 것에 대하여
가장 평화롭다는 것은 모든 것이 가장 단순하게 바뀌기 시작할 때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싶은 만큼 실컷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장 좋은 풍경이 보이는 곳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질리지 않는 상태. 그것이 평화로운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삶이야말로 가장 평화로운 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언덕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들었다. 아침에 친구가 따라준 크랜베리 주스 한 잔은 이상하게도 와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시골의 아침은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올리브 농장과 밀밭, 사이프러스 나무. 발 도르차를 이루는 풍경은 단순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시간을 세워 둔 기둥처럼 서 있고, 그 앞의 초원은 하루가 시작하고, 끝나기 직전의 평온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완만한 언덕 물결처럼 이어지는 밀밭. 점처럼 박힌 농가. 길을 따라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 그리고 오래된 올리브 농장. 그리고 말없이 뜨고 지는 태양.
사납다고 조심하라던 고양이는 나의 껌딱지가 되어 있었다.
어딜 가든 조용히 뒤를 따라오는 고양이. 왠지 혼자라는 기분보다는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던 그 고양이가 그리워진다.
과장도 장식도 없는 곳. 이곳은 아름답다기보다 마음이 낮아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걷고, 앉고, 바라보고,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는 일만이 전부인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감각이 자리한 곳이었다.
발 도르차(Val d’Orcia)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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