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나는 너를 잃은 뒤
색을 다시 배워야 했다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았고
태양은
쓴맛의 종소리를 울렸다
빛은 금속처럼
입 안에서 삭았다
태양은
소리를 가졌고
그 소리는
쓴맛이었다
부재는
내 몸속에서 자라는 식물
혈관을 따라 뿌리를 내리고
밤마다 검은 꽃을 열어
꿈을 조용히 죽였다
거울 앞에서
나는 네 이름을 토했다
입술은 아직 형태를 기억했지만
말은 이미
사체였다
시간은
취한 짐승처럼 나를 끌고 다니다
기억의 골목에 내팽개쳤다
그곳에서
나는
과거의 나와 입을 맞췄다
살아남기 전의 나와
이별이 아닌 상실
너는 상처가 아니라
존재의 형질을 바꾸는
폭력적인 계시
사라진 것은 너인데
비어 있는 쪽은
항상 나였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매일 아침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결핍
잊으려 할수록
기억은 살을 얻고
나는 점점
얇아졌다
너 하나 비었을 뿐인데
하루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잉이 되었고
숨은
계속
남았다
너를 잃고서야
나는 알았다
세계는
조심스럽지 않으며
과장되게
잔인하고
그래서
끝내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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