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오청을 걷다
대만 타이베이의 다다오청(大稻埕)은 처음부터 나를 환대하지 않는다.
공항부터 문제가 생겨 늦게 나오게 되었고, 잠시 비가 내렸고, 쫄닥 졌어서 도착한 동네는 낯설음 자체였다.
이 동네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첫 걸음은 대신 조용히 내 곁을 내주고 있었다. 강으로 이어지는 바람이 낮은 건물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오래된 찻집의 나무 문은 반쯤 열린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는 이 동네의 방문객이지만, 손님처럼 대접받지 않아 오히려 안심한다.
혼자 떠난 여행길, 다다오청의 아침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그저 옆에서 함께 걷는다. 그 무심함 속에서 마음은 자연스럽게 풀리고, 낯선 도시의 체온이 천천히 나에게 옮겨온다.
발밑의 길은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다.
수많은 발걸음이 남긴 흔적 위에 나의 하루가 겹쳐진다. 오래된 상점의 간판은 색이 바랬지만, 그 바램마저도 이 동네의 표정이 된다. 스쿠터가 남기고 간 소리의 꼬리가 공기 속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두유를 끓이는 냄비의 김이 골목을 채운다. 달지 않은 냄새, 자극적이지 않은 온기. 이곳의 아침은 나를 깨우기보다 안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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