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책임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동시에 깊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침묵을 견디는 태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조언을 하려 들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쓴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내 앞에 놓이는 것을 허락하는 일이다. 결론 없는 말, 반복되는 감정,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채 흘러나오는 문장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 자리에 머무는 일이야말로 듣기의 본질이다.
인간은 말함으로써 자신을 이해하지만, 들어주는 타인이 있을 때 비로소 말할 수 있다.
혼잣말은 생각이 되지만, 누군가를 향한 말은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관계 속에서 존재하도록 허락하는 일이다. 나는 여기 있고, 당신의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 그 약속 위에서 사람은 조금씩 자신을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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