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맞추느라 나를 미뤄온 시간들에 대하여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잘 지키는 사람이 되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잘 어기지 않는 사람, 잘 넘지 않는 사람, 잘 참고 잘 버티는 사람. '나'다운 것을 잘 지키려고만 하는 삶.
갈팡질팡하기 바쁜 생각들이나 결정들을 하는 것도 '나'인데 말이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지키려 계속 잘 지키려만 하는 걸까를 생각해 본다.
그 ‘잘’이라는 말속에는 늘 타인의 시선이 섞여 있었다.
규칙을 지키는가,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가,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가.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스스로의 경계보다 남의 선을 먼저 인식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저 나답게 행동하는 거뿐인데 말이다.
잘 지키려고만 하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이다.
탈이 없다. 큰 파문도 없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종종 움직이지 않는 수면처럼 내부에서부터 썩어간다. 말하지 않은 말들, 삼킨 감정들,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선택들이 마음 한편에 퇴적물처럼 쌓인다. 그리고 어느 날 이유 없이 무기력해질 때, 우리는 그것이 갑작스러운 감정이라 착각한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축적된 침묵의 무게다.
잘 지키는 삶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기술을 가르쳐 주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잃는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가, 지금의 나는 누구를 만족시키고 있는가, 이 삶의 주어는 여전히 나인가. 이런 질문들은 살아가며 복잡하게 만들지만, 그 복잡한 게 그저 '나' 일 수도 있다. 그 인정을 안 하기에 생기는 질문들은 늘 수취인 불명 같은 편지처럼 다가온다.
이미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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