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설명 가능한 사람이 되려 하는가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이 감각을 지울 때

by 구시안


이 질문은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이 어디까지 인간을 바꾸는지 묻는다.

우리는 왜 설명 가능한 사람이 되려 하는가. 이 질문은 능력이나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에 관한 질문이다. 인간은 이해되지 않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타인에게서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설명되지 않는 존재로 남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문장으로 정리하고, 선택을 논리로 포장하며, 감정을 이유로 환원한다. 설명은 오해를 줄이기 위한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를 안정시키기 위한 장치다. 설명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겠다는 무언의 선언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설명은 보호막이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공격받지 않는다.

그의 선택은 이해 가능하고, 그의 실패는 사연이 있으며, 그의 침묵조차 맥락을 가진다. 설명은 타인의 질문을 미리 무장 해제시킨다. 왜 그렇게 했는지 묻기 전에, 이미 이유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이유들로 자신을 방어한다. 그러나 그 방어가 오래 지속될수록, 감각은 점점 후퇴한다. 설명은 감정을 통과시키는 대신, 감정을 대신 말해준다.



문학적으로 보면, 설명 가능한 인간은 서사 속에서 가장 안전한 인물이다.

그의 행동은 개연성을 가지고, 동기는 명확하며, 독자는 그를 이해하는 데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억에 오래 남는 인물은 대개 설명이 부족한 존재들이다. 말수가 적거나, 선택이 갑작스럽거나, 이유 없이 떠나버리는 인물들. 그들은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머문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독자의 내면에서 계속 작동하기 때문이다. 설명 가능한 인간은 완결된 인물이고, 완결은 빠르게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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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63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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