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뼈가 드러난 채 서 있을 뿐이다. 겨울은 나무의 변명을 모두 벗겨내고 뿌리까지 차갑게 만든다. 그 위에 철로 만든 기도문 하나가 하늘을 찌르듯 세워져 있다. 송전탑은 새를 부르지 않는다. 마치 불이 켜진 송전탑이 봉화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림자를 품지 않는다. 오직 전류가 지나는 방향만을 안다.
눈은 내리지 않는다. 오늘의 하늘은 희고 차가운 침묵이다. 산은 오래전부터 번개를 견뎌왔지만, 이것은 번개가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의지. 인간의 직선. 케이블은 산의 어깨를 죄고 보이지 않는 피를 도시로 흘려보낸다. 밤이 오면 별보다 먼저 켜지는 것들. 잠들지 못한 방들. 울음을 삼킨 냉장고의 소리. 그 모든 것이 이 탑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 앞에 서서 내 체온이 자연도 아니고 문명도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산은 서 있고 탑도 서 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사람 쪽이다. 무게가 제거된 인간에 대하여 상상한다. 사람들은 가벼워지기를 원한다. 짐을 내려놓고 싶어 하고, 책임을 벗어던지고 싶어 한다. 관계는 얇아지고, 말은 가볍고, 선택은 언제든 취소 가능하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가벼움은 결코 중립적인 상태가 아니다. 가벼움은 방향을 잃은 상태다. 그리고 방향을 잃은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통과하지 못한다. 무게가 없다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무게가 없다는 것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사람들은 말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 정도로 의미 부여할 일은 아니지.”
“너무 심각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