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장력. 사람이 사람을 끌어 당길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지만, 늘 느낀다. 때로는 손끝에 닿은 듯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고, 때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실처럼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 그 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이미 그 위에서 균형을 잡고 걷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드리워준 외줄을 따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건너는데는 비와 바람도. 살갗을 태우는 뜨거운 태양도. 하얀 눈과 희뿌연 안개. 밟고 가는 그 끈마다 놓인 줄무늬에 서리가 끼기도 하고, 바싹 발라 있기도 하다. 날이 좋거나, 좋지 않은 날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시간이 지나 이렇게 표기한다. 인연 혹은 악연이라고.
오후의 버스 정류장에서 스친 시선 하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남겨진 공백, 메시지 한 통이 남긴 침묵. 이런 사소한 사건들이 얽히고 겹쳐, 끈을 만들어낸다. 그 끈은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눌리듯 팽팽해지고, 누군가와 잠시 떨어져 있으면 끈은 바람에 흔들리는 실처럼 유연해진다. 마치 커튼의 한 올이 풀어져 바람이 흩날리는 것처럼.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사회는 거대한 조직이 아니다. 사회는 수많은 끈의 집합체다. 말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끈,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끌리는 끈, 끊어질 듯 이어지는 끈. 사람들은 그 끈 위를 걸으며 웃고 울고, 때로는 스스로 무게를 견디지 못해 흔들린다.
나는 끈의 무게를 종종 느낀다. 어떤 날은 누군가의 부재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어떤 날은 아주 작은 안부 한마디가 마음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이 끈은 얼마나 잘 매놓았는지 절대 풀어지지 않는다. 끈은 계산되지 않는다. 억지로 당길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오직 존재를 통해, 움직임을 통해, 숨결을 통해, 사람이 느끼는 것만으로 이어진다.
끈이 너무 팽팽할 때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한 걸음 잘못 디디면 끈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또 그 팽팽함 때문에 나는 누군가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느낀다. 누군가와 나 사이에 놓인 공간이,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끈으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삶은, 끈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고, 느슨하게 하고, 다시 당기면서 하루를 견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잊고, 그리워하는 모든 감정이 바로 그 끈 위에서 펼쳐진다.
나는 오늘도 끈을 느낀다. 부재와 만남, 말과 침묵,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얽히고 풀리는 무수한 끈들을. 그리고 그 위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맞춘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리듬으로. 그것이 지금, 나의 삶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들이 있다. 어떤 선은 단단하게 팽팽히 당겨져 있고, 어떤 선은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 이 선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이미 그 선 위에서 걸으며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그 사람의 부재는 이미 끈이 되어 나를 당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오후, 버스 정류장에서 스친 시선, 잠깐 멈춘 발걸음. 이 모든 사소한 사건들이 서로를 이어 붙인다. 끈은 늘 반복되는 작은 사건들의 연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들이 흐른다. 어떤 끈은 아침 지하철의 금속 손잡이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당겨져 있고, 어떤 끈은 오래된 빌딩 벽 사이를 미끄러지는 먼지처럼 느슨하게 늘어진다. 발걸음이 닿는 순간,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끈은 몸을 흔들며 존재를 확인한다. 손끝으로 스치는 공기 속에, 가로등 아래 그림자 속에, 낯선 발자국 소리 속에 그것은 잠시 머문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오후, 버스 정류장의 휑한 시선, 잠시 멈춘 발걸음. 모든 사소한 사건이 보이지 않는 실을 꿰매듯 이어진다. 끈은 말하지 않지만, 그 장력을 느끼면 숨이 잠시 멈춘다.
도시는 선들의 네트워크로 숨쉰다. 좁은 골목길, 오래된 상점, 반복되는 횡단보도, 커피잔을 내려놓는 손길. 보이지 않는 끈이 매듭을 짓고 풀어낸다. 한 사람의 고개 돌림, 무심히 건넨 눈빛, 흘린 한 줄의 뉴스. 모든 것이 다른 끈을 당긴다. 팽팽함과 느슨함이 교차하며 거리는 숨을 쉰다.
끈은 친절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다. 단지 존재한다. 오래된 습관처럼 벽 사이에 달라붙고, 스쳐 지나간 사람의 얼굴처럼 기억 속을 유영한다. 끊고 싶어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끈은, 생각의 틈과 기억의 굴곡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드러낸다. 발버둥칠수록 더 선명해지는 매듭. 더 강하게 조여드는 매듭은 존재한다.
동전의 냉기, 지하철 손잡이의 온기, 빌딩 사이로 흘러가는 바람, 좁은 카페 구석의 먼지. 모든 순간은 끈과 맞닿아 있다. 발자국이 남기고 간 흔적, 시선이 남긴 잔상, 말없이 지나간 어깨. 끈은 감각 속으로 스며들어 몸을 당기고, 마음을 흔든다.
약속되지 않은 말, 전달되지 않은 표정, 오해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실. 이해보다 오해가 오래 남고, 명확함보다 여운이 길게 지속된다. 도시의 모든 선들은 고요하지만 집요하게 흔들리며, 특정한 자리로 몰아간다.
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을 꿰뚫는 중력처럼 느껴진다. 가늘어도 오래 남는다. 한숨 속에 섞인 목소리, 다시는 마주칠 수 없는 얼굴, 오래 전에 지나간 계단, 사라진 간판. 끊어진 듯 보여도 여전히 당긴다. 자유로움 속에서도 느껴지는 무게, 손끝에 닿는 공기의 장력.
삶은 끈의 장력을 조절하는 일과 같다. 너무 팽팽하지 않게, 그러나 완전히 놓지도 않고, 서로의 무게를 견딜 만큼만 허용하기.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사이로, 가로등의 그림자와 지하철의 환한 빛 속으로, 끈은 조용히 흐른다. 말하지 않고, 울리지 않고, 그저 존재한다.
숨이 막히는 순간에도, 발걸음이 뒤틀리는 순간에도, 가끔은 끈이 드러내는 존재감에 놀라 멈춘다. 잡으려 해도 손끝을 스쳐 지나가고, 놓으려 해도 몸 안 깊숙이 감긴다. 외로움의 무게와 연결의 중력이 한데 섞여,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떨리게 한다.
가족이라는 끈, 지나간 역사라는 끈, 언어라는 끈, 이름 모를 누군가와 이미 이어진 끈. 끊어지지 않는 매듭 속에서, 타자는 서로를 흔들고, 흔들리는 순간마다 새로운 선이 나타난다. 도망칠수록 더 깊이 감기는 매듭처럼, 끈은 몸을 붙들고, 세계를 붙든다.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느껴지는 저항. 지하철의 흔들림, 횡단보도의 긴장, 카페 구석에서 흘러가는 먼지의 흐름 속에서, 끈은 도시를 통과하며 이야기를 짠다. 매듭을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풀리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문득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로 존재를 알아차린다.
끈의 장력 속에서, 걸음은 배우고, 균형을 익히고, 도시를 느낀다. 혼자가 아님은 위안이 되기도, 또 다른 무거움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끈 위로 걸으며, 숨겨진 매듭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 속에서, 삶은 느리게, 그러나 집요하게 흘러간다. 어느 사람은 이 장력위에서 점프를 하거나 달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숨결은 다른 사람의 하루에 닿고, 그 하루는 다시 이름 모를 타인의 생애를 건드린다. 이 도시는 수많은 끈들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거대한 직물이다. 아침의 지하철에서 스치는 어깨, 편의점 계산대 위에 잠시 놓인 동전의 온기, 말없이 건네진 눈빛 하나가 또 다른 끈을 매듭짓는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를 것인가.
그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는 늘 어떤 흔적이 남는다. 그것이 인연이다. 누군가와 나 사이를 가르는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흑과 백의 대비처럼 분명하게 느껴진다. 어떤 기억은 검은 잉크처럼 마음에 번지고, 어떤 기억은 하얀 종이 위에 찍힌 도장처럼 선명하다.
사회는 규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 끈들의 긴장으로 유지된다. 팽팽하면 상처를 내고, 느슨하면 무너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조심스럽게 서로를 잡아당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이라는 이유로, 혹은 단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은 때로는 실처럼 가늘다. 한마디 말에 끊어지고, 한 번의 침묵에 헤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약해 보이는 끈이 가장 오래 남는다. 기억 속에 남은 목소리, 다시는 만나지 못할 얼굴, 그것들은 끊어진 뒤에도 여전히 우리를 당긴다. 우리가 자유롭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수많은 끈이 우리를 묶고 있다는 것을.
가족이라는 끈, 역사라는 끈, 언어라는 끈.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와도 이미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나는 타자다. 그러나 그 타자는 언제나 다른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 끈은 나를 나에게서 벗어나게 하고, 동시에 나를 이 세계에 붙잡아 둔다. 도망치려 할수록 더 깊이 감기는 매듭처럼. 눈이 가고 멈춰서게 되는 글을 보게 될 뿐이다. 이것이 문학이라면 문학도 사람이다. 유기체가 아닌 무한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끈을 더듬는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저항을 따라. 이 사회의 심장부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떨림 속에서, 끈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우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아무도 매는 장면을 본 적 없고, 풀리는 순간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로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있고, 그 거리는 비어 있지 않다. 침묵이 쌓이고, 망설임이 눌어붙고, 말해지지 않은 감정들이 겹겹이 놓여 그 사이를 건널 수 없게 만드는 동시에, 도망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이 끈이다.
사회는 거대한 구조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연결의 반복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오후, 이유 없이 계속 떠오르는 이름 하나, 뉴스 한 줄을 읽다 멈추게 되는 순간의 불편함. 이 모든 것이 서로를 당긴다.
사람들은 개인으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늘 누군가의 반응 속에서 방향을 바꾼다. 끈은 반드시 따뜻하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그저 지속된다. 오래 함께한 사람과는 말수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스쳐 지나간 사람과는 오래 남는 이미지로. 끈은 감정의 크기와 무관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더 곤란하다.
사람들은 자주 끈을 끊고 싶어 한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투명한 존재를 상상한다. 그러나 완전히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끈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습관 속에, 기억의 배열 속에 남아 스스로를 다시 불러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종종 오해로 강화된다. 전달되지 않은 말, 잘못 해석된 표정, 그 틈에서 상상은 커지고, 끈은 더 단단해진다. 이해보다 오해가 오래 남고, 명확함보다 여운이 오래 지속된다. 도시는 이 끈들로 조용히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장력들이 거리와 건물 사이를 오가며 우리를 특정한 자리로 이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 반복해서 걷게 되는 길, 그 선택들 뒤에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연결이 있다.어쩌면 삶이란 끈을 관리하는 일에 가깝다. 너무 당기지 않기, 그러나 완전히 놓아버리지도 않기. 상처를 내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서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유지하기. 끈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말할 때, 침묵할 때, 떠날 때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창문 밖에는 겨울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추위를 잊어 얼어붙지 못한 빗방울이 유리 위에서 흩어지며 낮게 속삭이는 소리를 만들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머리맡에 놓인 컵에는 아직 따뜻한 커피가 남아 있었고, 손끝에 닿는 잔의 온기가 조금은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어제 스쳐간 사람의 표정이 떠올랐다. 짧은 눈빛 하나, 말없이 건넨 미소 하나가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연이라는 것은, 그처럼 작고 가벼운 흔적으로 남는다. 말하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이미 우리를 이어놓은 실이 있다. 손에 닿지 않는, 그러나 늘 존재하는 실. 보이지 않는 끈이라는 것은 그렇게 연결 되어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실처럼 얇은 끈을 느낀다. 버스 안,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은 손가락 끝에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에서. 누군가는 나를 모른다. 나 또한 누군가를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부재와 존재로 연결되어 있다. 그 끈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때로는 숨을 조이지만, 한순간 느슨해져 몸을 떠나 보내기도 한다.
길을 걷다 스친 바람에도 끈은 흔들린다. 추위와 바람을 견디다가 끝내 떨어진 낙엽 하나, 발자국 하나가 끈의 결을 따라 미세하게 떨고, 나는 그 떨림을 느낀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원망일 수도, 아무 의미 없는 스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 그 흔적 위에서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웃었던 오후, 누군가와 침묵했던 밤, 손끝이 닿지 않았지만 마음에 남은 떨림. 그것들이 모여 인연이 된다. 흑과 백처럼, 어둠과 빛처럼, 무겁고도 가벼운, 알 수 없는 결. 나는 그 결을 따라 걷는다. 인연이라는 것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지고, 잊히고, 다시 흔들리고,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잡고 있는 것. 그 끈을 따라 오늘도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리듬으로.
나는 여전히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이미 그 고독한 외줄타기는 질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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