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말보다 먼저 끝나버린 마음에 대하여

by 구시안

말을 던지지 않았다. 나는 불을 던졌다. 혀는 재가 되었고, 의미는 이미 폭발한 뒤였다. 말은 느린 총알처럼 항상 너무 늦게 도착한다. 맞은 뒤에야 그 총알을 누가 쐈는지 생각한다. 침묵은 검은 태양이었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동안 내 감각들이 하나씩 타들어 갔다.


소통은 합의가 아니다. 그것은 침입이다. 피부를 뚫고 혈관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사건.

나는 문장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내 내부의 날씨가 상대에게 넘어갔다. 번개, 습기, 안개가 되어. 이유 없는 황혼까지. 상대는 이해하지 않았고,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진짜 대화가 울부짖으며 태어났다.


말은 썩는다. 너무 빨리. 그래서 사람은 감각을 먹는다. 쓴맛, 도시의 금속 냄새, 입 안에서 터지는 색채를.

소통이란 서로를 구제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망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파괴 속에서만 인간은 잠깐 살아 있는 얼굴을 갖는다. 그 중독은 위로가 되기 때문에.


나는 상대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연대다. 좋은 것은 붙잡는 순간 시체가 된다. 그래서 나는 평생 처음 본 것처럼 불길을 스치고 지나간다. 소통은 완성되지 않는다. 미완성이다. 완성되는 순간 이미 거짓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의미보다 먼저 감각을 피 흘리게 하며 서로에게 도달한다. 그리고 그 실패를 언어라고 부른다.


*


소통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두 사람이라 해도 공기는 매번 다르다. 어제는 투명했던 것이 오늘은 미세하게 흐리고, 방금 전까지 따뜻하던 온도는 이유 없이 식어 있다. 소통이란 결국 그 공기를 함께 건너는 일이다. 지도는 늘 늦게 만들어지고, 우리는 항상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를 먼저 통과한다.


감정에는 동일한 날씨가 없다.
우리는 종종 “어제도 그랬잖아”라고 말하지만, 감정은 기억을 반복하지 않는다. 어제의 말은 오늘의 의미를 보장하지 않고, 한때의 이해는 다음 만남의 통행증이 되지 않는다. 소통은 축적되지 않는다. 매번 새로 시작해야 하는 초행길이며,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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