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공장

The Spectrum Within : 내면의 스펙트럼

by 구시안

나는 하나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나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하나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나를 하나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안에서 서로 다른 빛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섞이지 않는다. 다만 겹쳐질 뿐이다.

나는 기쁠 때에도 완전히 기쁘지 않고,

슬플 때에도 완전히 슬프지 않다.


어떤 감정도 순수하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항상 다른 색이 침투해 있다.

어쩌면 나는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들이 지나가는 표면일지도 모른다.


이 표면 위에서
빛은 굴절되고,
나는 그것을 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그 빛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그것이 지나가는 방식일 뿐이다.


어떤 날에는
나는 나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고,
어떤 날에는
관찰당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는 나보다 조용하고,
나보다 오래 지속된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 하지만
그는 이해되는 순간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나를 정의하지 않기로 한다.


정의는 경계이고,
경계는 단일한 형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개의 나로 흩어져 있는 상태에 더 가깝다.


이것은 혼란이 아니라
사람마다 정해진

하나의 구조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모든 가능성들이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유지되는
이 불완전한 균형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결정하지 않는다.

결정은 하나의 색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찾고 싶을 뿐이다.


나는 대신
이 스펙트럼 속에 머문다.

여기에서는
어느 것도 완전히 나를 대표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이 모여
나를 구성한다.

누가 될 수 없고

오롯이 나인 상태.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해되지 않음이
나를 유지한다.


어쩌면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빛에 가깝다.


그리고 그 빛은
나를 통과하면서
잠시 나라는 형태를 취한다.


그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이름 없는 색으로 흩어진다.


나는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 믿음은 언제나 나보다 단순했다.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어떤 색을 고른다.
그러나 그 선택은
항상 나를 일부만 설명한다.


어떤 날에는 나는 흐린 회색에 가깝고, 어떤 순간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빛의 잔여처럼 남는다. 나는 분명 존재하지만 항상 같은 방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색은 사물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빛과 시선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라는 색도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어떤 방식 속에서만 잠시 나타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나를 느끼지만 그 느낌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는 계속 다른 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고정하려는 모든 시도를 의심한다. 정의하려는 순간, 나는 이미 그 정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일한 색이 아니라 겹쳐진 층에 가깝다.

어떤 층은 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하고,
어떤 층은 방금 생겨난 빛처럼 날카롭다.


그것들은 섞이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통해 드러난다.

나는 그 사이에 있다.

아니,
나는 그 사이 자체일지도 모른다.


색은 고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나를 설명하기보다
나를 통과하는 색들을 바라보는 쪽을 택한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색인 것이고

타인이 나를 칠할 수 없듯이

나를 그려주거나 찾아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이 나를 만들고
동시에 나를 지운다.

나는 점점 더
명확해지는 대신
투명해진다.

그리고 그 투명함 속에서만
나는 잠시,
어떤 색으로 존재한다.

나는 허상일 뿐인

모든 것에 저항하며

내가 갖지 못한 불멸의 심장을

꿈꾸지 않는다.


타인이 의혹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 이치 자체일 뿐 내가 내 자신을 확신할 때 내 머리 위로 떠오를 나만의 태양을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만일 내가 누가 보더라도 화사하고 근사하게 활짝 웃는 날이 온다면, 그건 나를 온전히 사로잡기 위함이고, 내가 만일 웃는다면 그건 나를 지속하기 위함일 것이다.


함께 산다면 모든게 기쁨이 되는

동화같은

신비로운

환상적인

꿈을 꾸지 않는다.


서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와 헤어지는 수간들이 온다해도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 다가올 때까지

접촉도 메아리도 없이

고독이 피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제는

유리창도 수증기도 남기지 않고

앞이나

뒤나

어디에나

흔적 없이

모든 것을 지우는 일에

나를 무력화하는 그 일에

나의 내면이 일으키는

스펙트럼에

무(無) 라는 화관을 씌우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의 깊이와

광대함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타인이 아닌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나는 끝없는

빛을 향해 갈 수 있다며

웃는 날을 위해

잠은 꿈으로부터 흘러 나왔고

밤은 새벽에 신뢰의 눈빛을

약속할 뿐이다.

내 최초의 색을 부여받은 날처럼

나는 색(索)의 공장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 색(索)의 공장:


索 : 찾을 색


살아가며 찾아야 할 색이 있다면

색깔의 색이 아닌

자신의 색(索)을 찾는

여정의 시간속에

자리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

또 하나의 색의 공장을 돌리며

마음의 색을 찾아봅니다.



목, 금 연재
이전 23화투명한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