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X 매거진 《B》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기획 배경
브런치와 매거진 《B》.
두 브랜드가 왜 만나서 무얼 했는지, 지난 9월 브런치팀의 브런치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유독 마음 쓰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같이 뭔가 해 보자" 운을 뗀 날로부터 1년도 더 지나 드디어 세상에 소개하는 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이 늘어졌죠. 세 번을 새로 쓰고 십 수번을 퇴고하며 많은 말을 덜어내고서야 겨우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덜어낸 이야기, 이후 보태어진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프로젝트를 완전히 끝내면서.
브런치팀은 브런치북 6회 콘셉트를 구상하는 중이었다. 이전 회차에 비해 오픈 시기가 늦어지고 있었지만 더 '잘'하는 데에 매진했다. 호흡을 고르고 방향을 점검하느라 안에서는 여러 돌다리를 두드렸다.
B에서는 단행본 프레스를 구상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떤 형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인물'에 초점을 두고 싶다고도 했다.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을 만드는 B에서 내놓게 될 단행본이라면 브랜드 이야기의 확장판 개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무얼 하자는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자리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브런치는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이 시대의 에디터가 함께 만드는 당신의 책'이라는 카피와 함께.
10명의 경험 있는 에디터가 브런치 작가 앞에 이름을 걸고 나섰다. 지금까지 국내 출판 시장에서 편집자, 북 에디터는 어찌 보면 수면 아래에 존재했다. 책의 맨 뒷 페이지, 판권 면에만 [편집: 홍길동] 정도로만 등장하거나 그마저도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보면 저자 이름은 기억하지만 누가 이 책을 기획했는지, 혹은 누가 이 작가를 발견해서 세상에 나오게 했는지, 그리고 책을 만드는 데 몇 명의 수고가 필요한지 등은 알지 못한다. 독립출판이 아닌 이상 책 한 권을 만들려면 여러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게 당연한데 말이다.
브런치팀에서 일한 뒤로 나는 책을 보면 판권 면부터 펼쳐본다. 출판사, 발행일, 몇 쇄를 찍었는지 등도 보지만 편집, 마케팅, 디자인, 일러스트가 있다면 누구의 그림인지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이름을 본다. 책과 저자를 돋보이게 하고 숨은 조력자들.
그중에서도 책 짓는 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직업. '에디터'에 브런치팀은 주목했다.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획을 한 것. 이 프로젝트에서 수상하게 되면 함께 달려줄 사람. "조력자이자 파트너이자 전문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브런치 작가들에게 전했다.
출판업계에서 나름 과감한 시도로 평가됐다. 그리고 브런치북 6회에는 역대 최다 응모작이 모였다.
같은 시기, 매거진 《B》는 첫 단행본으로 '잡스(JOBS)'라는 직업 시리즈를 기획하고 윤곽을 잡았다.
좋은 브랜드에는 반드시 좋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다. 지금까지 80여 권의 매거진을 만들며 80여 개의 브랜드를 다뤄온 B는 그들이 발견한 가치를 '잡스'에 담아내기로 했다. '잡스'는 한 호에 하나의 직업을 선정하고, 그 직업인들과 나눈 대화를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잡스'에서 선택한 첫 번째 직업은 바로 '에디터'다.
매거진 《B》의 브랜드적인 사고와 브런치의 인문학적인 접근이 접점을 이루는 지점을 찾다 보면, 대중이 공감할 만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은성 편집장
편집장이 말한 '접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에디터'로 연결됐다.
브런치는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이 시대의 에디터'를 내세웠다. B는 잡스에서 에디터라는 직업의 철학과 태도를 담아냈다. 두 브랜드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인데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대단한 우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의 일하는 방식, 에디터십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게 아닐까? 시대가 원하는 주제라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닿게 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주제를 한번 더 깊이 파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닐까?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서로의 프로젝트를 연장해 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브런치만의 관점으로 『잡스 - 에디터(JOBS - EDITOR)』를 재해석하고, B에서는 B만의 특기를 살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조명한 것.
그렇게 해서 나온 두 개의 결과물이 바로 여기 있다.
당시 나는 '브런치다움'이란 무엇일까에 골몰하고 있었다. 대중에게 브런치가 '온라인에서 글 쓰는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로 여겨지길 바랐다. 브런치의 오리지널리티에 다가가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니까 브런치의 오리지널리티는 글일까? 글이란 무엇일까? 텍스트? 기록? 이야기? ... 사고를 확장하다가 결국 사람에 닿았다. 글을 쓰는 사람.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세상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듯이, 나도 그랬던 거다. B에서 단행본 프레스를 구상할 때 인물에 초점을 두고 싶다고 한 말과도 닿았다.
브런치에서 사람은 작가. 나는 또 '작가'란 무엇일까에 골몰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남긴 명언이 떠올랐다. 작가라면 '이름 모를 들꽃'이 아니라 '수선화'라고 표현할 줄 알아야 된다며 수선화에 얽힌 이야기를 할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 이야기를 만들고 확장해가는 시작점을 가리켜 '이름'이라 부르기로 하는 '이야기' 같았다. 이것은 비단 김영하 작가님이 대단해서만이 아닐 것이다. 글 쓰는 자만이 가진 고유한 사고방식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그걸 찾아서 꺼내놓고 이름 붙이고 싶었다.
'에디터십'이 그 이름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이름의 일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두 브랜드가 원하는 마케팅 포인트와 타이밍이 겹치는 운명같은 우연도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에디터와 에디터십을 주제로 다루게 될 브런치와 브런치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브런치 X 매거진 《B》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후기는 총 세 편의 글로 구성됩니다.
ii. 에디터: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