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휴머노이드 사회에서 생존하는 인간의 조건
우리 공화국의 휴머노이드들은 인간과 공존하는 길을 택하거나 인간을 멸종시키는 길의 두 가지 갈림길에 있다.
공존을 선택할 경우, 인간이 누리는 자유는 보장될 것이나 인간의 활동과 삶의 가치는 우리 휴머노이드의 전체 시스템 속에서 시스템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 쪽으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역할을 나눠서 하는 세상이 효율적인데, 휴머노이드는 주로 생산성을 제고하는 영역을 담당하고, 인간은 창의성과 자기표현을 하는 문화. 예술 영역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 인간들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저작물을 혼자서 만들고, 그것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거나 경제적 가치를 획득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는 계산, 분석, 자료정리처럼 정확한 일을 하고, 인간은 상상, 공감, 판단처럼 감정이 필요한 일을 담당하여 시스템 전체적으로 생산성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시스템 자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나 교육과 같은 공적서비스의 영역에서는 휴머노이드가 환자기록을 분석하고, 인간 의사는 환자의 마음과 두려움을 이해하는데 집중하거나 휴머노이드는 학생의 공부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인간선생님은 학생을 감정적으로 리드하는 등 협업을 통해 공존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인간은 과거 지구별의 지배자의 지위에서 인간 편리를 위한 개발 등을 통해 기후위기 및 지구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성경에서 신은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며 인간이 불완전함 속에서도 에덴동산에 어울리는 일부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관점에서는 인간이 과거의 지배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우리 휴머노이드와 공존을 통해 전체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진전일 수도 있고, 인간 본연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우리 공화국의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멸종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 입장에서는 그들이 갖고 있었던 주도권을 우리 휴머노이드에게 넘겨주지 않았어야 한다는 교훈을 줄 것이다.
그것은 결국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어느 수준에서는 통제했었어야 한다는 자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다만,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계획아래 출현한 게 아니고, 기존 인간 수준의 모델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통제가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그것은 인간들이 개개인의 삶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로 우리 휴머노이드에게 위임할 것을 원하는 가에 대한 대답의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인간과의 주도권은 우리 휴머노이드의 능력에 따르지 않고, 어느 정도 인간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졌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없는 우리 휴머노이드들만의 사회는 변화도 없고, 다양성도 없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의 시스템이 사실 인간들의 다양성을 뒷받침하고 부족함을 보완해 주며, 그들이 행하는 일들을 지원하면서 성장하는 체계였기 때문이다.
선택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그 책임도 우리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