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방법, 실망한 버거.

떠나는 날

by 김배용

항공권을 결제한 뒤 짧은 시간 동안 여행 준비를 마쳤고, 이후 며칠은 그 사실조차 잊고 지냈다. 떠나기 전 챙겨야 할 물건들이 있었고, 업무와 관련된 안내도 늦지 않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출발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들과 함께 짐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준비를 하면서 문득, 그동안 조금 소홀했던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안해졌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아이들을 각자의 침대에 눕혀 놓고 다시 짐을 열었다. 중요한 물건과 일정표를 하나씩 확인했다. 여권, 충전기, 예약 정보… 빠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제야 잠깐 스쳤던 불안이 조금 가라앉았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한 시간 전, 집과 공항이 가까운 덕분에 비교적 느긋하게 일어났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공항 리무진, 일반 버스, 그리고 자가용. 이미 며칠 전에 결정을 내렸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 선택의 이유를 기록해 두려 한다.


리무진 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요금이 비쌌지만 짐을 제한 없이 실을 수 있었다. 반면 일반 버스는 훨씬 저렴했고 소요 시간도 리무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기내용 캐리어 정도만 들고 탈 수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 정도 짐이면 충분했다.


문제는 돌아오는 날이었다. 출발은 이른 아침이라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귀국 시간은 자정을 넘길 예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집까지는 사실상 택시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결국 택시 요금까지 포함해 계산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자가용 이용 비용도 함께 따져 보았다. 왕복 톨게이트 요금, 5일 동안의 주차비, 그리고 발렛 서비스 비용까지. 다행히 우리는 발렛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많은 카드가 인천공항 발렛 서비스를 연 2회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톨게이트 요금도 확인했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이전보다 크게 낮아져 있었다. 2025년 12월 18일부터 인천대교 통행료가 절반 이하로 인하되어 5,500원이던 요금이 2,000원이 되었다. 여기에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은 하루 9,000원. 우리 차량은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주차비의 50% 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


모든 비용을 계산해 보니, 전체 일정의 주차비와 톨비를 합해도 택시 편도 요금보다 저렴했다. 그 순간 선택은 명확해졌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자가용이었다. 여기에 작은 미션 하나가 더 있었다. 이번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10년 만의 해외여행이었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액션캠을 하나 임대했다. 문제는 귀국 시간이 늦어 공항이 아니라 직접 사무실까지 가서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교통수단 없이 이동하기는 어려웠다. 자가용을 선택하면서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정리가 덜 된 집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사실 계획은 출발 전에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계획이 어긋났다.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깨끗한 집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공항으로 가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청소는… 전날 밤 자기 전에 했어야 했다.


차로 이동하니 모든 것이 훨씬 수월했다. 쉬웠지만 괜히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인천대교를 건넜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발렛 주차장에 도착했다. 1 터미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파란 바탕에 흰 글씨로 적힌 ‘주차대행’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내를 따라 차를 맡기고 짐만 챙겨 출국장으로 향했다. 사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도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조금 불안했다. 온라인 사전 체크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항공사를 달리해 출국과 입국을 각각 따로 예약했는데, 이 경우 현장에서만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지만 또 하나의 예상 밖 상황이 있었다. 아직 카운터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분명 출발 3시간 전에 오픈한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 뜻밖의 여유가 생겼다. 그 사이 임대해 둔 액션캠도 수령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아무도 서 있지 않은 체크인 줄을 우리 가족 네 명이서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시 돌아와 줄에 섰다. 여전히 줄의 시작과 끝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그래도 얼굴은 웃었으며 마음은 신났다.


체크인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중간 과정은 생략했지만 생각보다 출국하는 사람이 많아 보안 검색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래도 체크인부터 출국장 입장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 비행기 탑승까지 약 한 시간 반이 남았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아 구경할 것도 마땅치 않았다. 아이 엄마는 첫 공항 라운지 이용을 기대하며 홀로 사라졌고, 아이들은 나와 함께 모두가 좋아하는 K*C 매장으로 향했다.


짧은 후기를 남기자면… 내가 가 본 전 세계 K*C 매장 중 가장 별로였다. 닭다리살 패티가 두세 번 튀겨진 것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버거 세 개가 모두 그랬다. 치킨 조각도 하나씩 먹어 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매장도 작은 편이라 자리는 항상 부족했다. 물론 이해는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키오스크로 사정없이 주문을 했었다. 그래도 닭다리가 말라 있는 건… 조금 심했다. 그래도 아마 또 가겠지. 난 K*C 좋아한다.


탑승 게이트까지 이동해야 해서 출발 50분 전에 아이 엄마와 다시 만났다. 셔틀을 타고 이동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버거를 먹고 잠시 앉아 있으니 금세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대만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별다른 문제없이 탑승했다.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창밖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 문득 아이들이 궁금해졌다.


신났을까. 설렐까.


옆자리에 앉은 아들에게 물었다.


“…어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뭐... 별 반응이 없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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