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했어? 이렇게 쉬웠어?

by 김배용

2026년 1월 24일 밤 11시.

마침내 목적지를 정했다.


여행을 결심한 뒤로 나는 한동안 유튜브에 푹 빠져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해외여행지, 먹거리가 풍성한 곳, 안전하면서도 자유여행이 수월한 도시를 찾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화면 앞에 앉아 보냈다. 영상이 길면 ‘요약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혹여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 봐 끝까지 시청하곤 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은 늘 그렇듯, 기대와 조심스러움이 함께였다.


내가 채운 조회수 1. 그 숫자가 얼마나 귀한지 유튜버는 알고 있을까. 낯선 이의 밤을 설레게 하고, 한 가족의 행선지를 바꿔 놓을 만큼 소중한 정보들이 화면 속에서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 작은 숫자 하나가, 어쩌면 또 하나의 여행을 시작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최종 목적지는 "대만"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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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함께 일했던 분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다녀온 나라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대만이라고 했다. 그때는 굳이 자세한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좋았나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화면 속 대만을 마주하며, 나는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나라는 크지 않지만 인구밀도는 높고, 도시의 풍경은 빼곡하다. 그래서인지 사람 사는 모습이 우리와 닮은 듯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다. 처음에는 일본과 홍콩을 한데 섞어 놓은 듯한 인상. 거기에 ‘순한 맛 중국’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대만 사람들에게 중국과 비교하는 말은 썩 달갑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정체성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테니까. 그럼에도 골목을 가득 메운 한자로 적힌 간판들을 보고 있으면, 역사와 문화의 결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닮음과 다름이 겹겹이 포개진 섬.

그래서 누군가는 여섯 번이나 찾았고, 이제 나는 그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안전하고, 자유여행이 쉽다는 점. 아이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가족 해외여행에서 이보다 중요한 조건이 또 있을까. 이것이 대만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다. 그렇다면 첫 번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미식의 나라’라는 타이틀이었다.


골목마다 밤이 되면 불을 밝히는 야시장, 줄을 서서 먹는 딤섬과 면 요리, 여행자들의 후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망고 디저트까지. 화면 속 음식들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여행의 목적처럼 보였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가족 해외여행의 목적지로 정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비행기 왕복 티켓을 알아보며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1~2월은 대만 여행의 적기라는 것. 이는 곧 성수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은 무더운 여름보다는 선선한 겨울이 여행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가장 좋은 계절에, 가장 설레는 이유를 안고 떠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날짜를 확정하고, 그 섬의 맛과 공기를 직접 마주하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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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정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대만 역시 설 연휴를 쇠는 나라였고, 그 기간에는 문을 닫는 매장이 적지 않았다. 여행자에게 명절은 또 다른 변수였다. 그래서 설 연휴는 피하면서 3박 혹은 4박이 가능한 날짜를 다시 계산해 보았다. 달력을 몇 번이나 넘겨 본 끝에 2월 11일 입국, 15일 출국. 그 일정이 내 상황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남았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설 연휴의 시작일이 매장마다 제각각이었고, 온라인에도 정확히 안내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괜찮겠지’ 하고 찾아간 곳이 문을 굳게 닫고 있을 때의 허탈함이란. 우리는 하루에 두 번이나, 1시간 가까이 걸어 찾아간 가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행은 늘 예상 밖의 순간을 품고 있다. 하지만 막상 닥치면 길을 안내한 나는 유난히 미안했다 그럼에도 그 시간마저 여행의 일부였다고,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닫힌 문 앞에서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상의했고, 그 덕분에 또 다른 식당을 만났으니까. 불평 없이 즐겁게 따라온 아이들과 집사람에게 고마웠다.


그렇게 9월부터 계획해 온 가족 해외여행의 첫 번째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 찾아왔다. 날짜와 입·출국 시간을 모두 확정한 뒤, 늦은 밤 아직 잠들지 않은 집사람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 날짜로 예매할게.” 돌아온 반응은 예상보다 더 놀라움에 가까웠다.


“진짜 가는 거야?”

의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몇 번이나 되묻는다. 사실 그날 저녁까지도 아이들에게는 “이번엔 못 갈 것 같아”라고 이야기해 두었던 터였다. 여러 사정을 따지다 보니 우리 스스로도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막상 결제를 앞두고도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결제 카드를 미리 새로 발급받아 준비해 두었지만, 마지막 순간 조건이 달라지면서 결국 그 카드는 쓰지 못했다. 여행 준비란 늘 이렇게 계산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제 버튼을 눌렀다. 네 사람의 좌석이 한순간에 예약되었다.


화면에 뜬 ‘예약 완료’라는 문구를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 막연했던 계획은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정말로 떠난다.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출국 비행기를 알아봤다. 결정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9월부터 “간다, 간다” 말만 앞세운 채 세 달을 흘려보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의 기대도 조금은 무뎌졌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빨리, 더 분명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우리, 정말 가.” 하고. 하지만 그 소식은 다음 날까지 잠시 아껴 두기로 했다.


숙소 예약, 환전, 일정 정리, 식당 리스트, 데이터 준비까지 손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고 치밀하다. 나는 그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 한다. 준비하며 가졌던 의문, 스스로 찾은 해결 방법, 예상 밖의 성공과 아쉬운 실패까지.


혹시 나처럼 아이들과의 가족 여행을 앞두고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빠른 결정과 현실적인 준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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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은 현실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우리의 출발을 기다리며.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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