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단어 지우기
문장을 매만지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정작 지우기 힘든 건 마음에 착 달라붙은 감정이다. 오늘 아침 ‘군더더기 줄이기’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을 때, 왠지 글보다 내 마음이 먼저 떠올랐다. 덜어내야 할 건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 쪽이라는 걸 요즘 부쩍 자주 느낀다.
평소 글을 쓸 때 나는 습관처럼 단어를 지운다. 사실, 왠지, 그냥, 조금... 없어도 문장이 멀쩡히 서 있는 습관적 부사들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하루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작고 무거운 마음의 조각들처럼 느껴진다. 괜히 붙잡는 걱정,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불러오는 후회, 안 해도 될 고민까지 끌어안는 버릇 말이다.
문장을 다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어색하면 줄이고 숨이 차면 끊는다. 호흡이 자연스러워져 문장이 기분 좋게 가벼워질 때까지 매만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글 대신 오랫동안 쌓여 있던 마음을 소리 없는 문장처럼 읽어보았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 하기’, ‘혼자 앞당겨 걱정하기’, ‘괜히 기대했다 실망하기’.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리듬을 가로막던 조각들이 선명히 보였다.
예를 들면, 아직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라고 말하며 상대가 미안해질까 급히 웃어넘기는 날. 내향인에게는 어느 날의 장면처럼 익숙하다. 애써 웃어놓고 돌아서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도 나쁜 생각을 초대했네?' 그 질문 끝에 마주한 문장은 조용히 나를 다독였다. “시간이 필요해, 아직 안 괜찮아.” 이 짧은 고백을 허락하고 나서야 마음도 고유의 제 리듬을 찾고 비로소 숨이 트인다.
오늘은 문장을 다듬는 날이 아니라 기어이 마음을 다듬는 날이었다. 글에서 불필요한 단어를 지우듯 내 안의 불필요한 감정들도 오늘 한 줄, 내일 한 줄 조금씩 치환해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