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문장이 쌓일 때[14]콰작, 일상의 파열음

빵 한 조각이 가져온 경쾌한 확신

by 유조
요즘은 빵 한 조각이 하루의 리듬을 대신해 준다. 작은 따뜻함이 의외로 오래 마음에 머무른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더 경쾌해지는 나날이다.


며칠 전, ‘생물’이라고 적힌 큰 택배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내가 주문한 적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차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나를 생각해서 주문했다는 다정한 말에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 온기가 택배 박스보다 먼저 도착한 기분이었다. 박스 테이프를 뜯자마자 커다란 샤워도우, 브리오슈, 크로와상 같은 식사빵들이 가지런히 모습을 드러냈다. 선물 받은 상자에서 코 끝으로 퍼지는 고소한 향기가 온몸에 기분 좋은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딱 봐도 한 달은 먹을 것 같은 넉넉한 양은 미래의 기쁨을 위해 부지런히 소분해 냉동고에 안치하는 의식을 치렀다. 빵칼로 서걱서걱 빵을 썰며 소분하는 그 시간이 귀찮기는커녕 너무나 좋았다. 먹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오븐에서 온기를 되찾아주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다. 오븐 앞에서 타이머의 숫자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동안, 소란했던 마음의 소음도 함께 잦아들었다.


따뜻해진 빵을 베어 물 때 세상 경쾌하게 '콰작' 울리는 그 소리. 그 짧고 단단한 파열음이 하루를 지탱하는 중심이 된다. 하루 중 힘들고 지겨웠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흐릿하다. 냉동고의 차가운 정적이 오븐의 뜨거운 온기를 통과해 바삭한 소리로 부활하는 과정은, 마치 굳어있던 내 하루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 같았다. 마음의 요동을 이제 와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이, 나는 이 평범하고 조용한 기쁨을 사랑한다.


선물이라는 건 참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전해지던 순간의 마음이 먼저 닿아, 일상 깊숙이 조용한 잔향처럼 정박한다. 식탁 위에서, 혹은 분주한 하루의 틈틈이에서 그 온기는 스스로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 나를 재점화시킨다.


오늘 글쓰기 모임과 브런치 주제를 고민하며 하얀 모니터 속 메모장을 마주하다가, 문득 이 빵이 주는 조용한 힘이 떠올랐다. 세상의 소란에 귀가 먹먹해지고 마음의 축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날에도, 오븐에서 온기를 되찾은 빵 한 조각은 묵묵히 나를 내면의 제자리로 귀환시키는 묵직한 축이 되어주었다.


결국, 오늘 내가 찾아낸 최고의 마지막 문장은 어떤 기교도 없이, 내 일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결로 흘러나온 이 경험 그 자체였다. 오븐에서 데운 빵의 단단한 파열음이 내 하루를 지탱하듯, 당신의 시간에도 그런 조용하고 경쾌한 확신이 은근히 스며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