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문장이 쌓일 때 [12] 나만의 말투 찾기

배설의 갈등과 담담한 문장 사이

by 유조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멈춰 서게 된다. 내 글은 타인에게 어떤 목소리로 들릴까. 그리고 그 목소리는 진짜 나의 모습일까. 오늘은 그 질문을 잠시 붙잡아보기로 했다.


문장을 다듬다 보면, 때로는 문장 속의 내가 먼저 정지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 자판 위에서 손끝이 머뭇거리고, 방금 쓴 문장을 몇 번이고 지우며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하는 순간들. 그 멈춤 속에서 비로소 내 말투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돌아보면 나의 문장은 언제나 담담한 편이었다. 내면의 격렬한 파동이 글이라는 도구를 통과하며 비로소 잔잔한 수평선을 이룬다.

​사실 나라고 해서 늘 고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음속에서 감정이 요동치고 파동칠 때면, 세상이 강요한 침묵이나 내가 스스로 삼켜야 했던 비릿한 말들을 단어라는 날카로움으로 휘두르며 배설하듯 쏟아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날것 그대로의 분노나 억울함을 문장에 실어 보내고 싶은 밤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런 치열한 소용돌이를 거쳐 결국 종이 위에 남는 것은, 설명을 덜어낸 여백과 은근한 온기가 스민 문장들이다. 나의 담담함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남겨진 관용과 가장 순수한 앙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소리를 높이지 않고 나지막이 말을 건네는 호흡, 그것이 내가 세상과 소통하며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는 최적의 주파수였음을 깨닫는다. 말투나 문장의 톤은 의도적인 설계가 아니라 일상의 밀도에 의해 천천히 쌓이는 것이다. 십여 년의 시간을 지나 서른의 길목에 들어선 내 삶이 그러했듯, 글의 톤 역시 '정하는 것'이라기보다 삶에 서서히 스며드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감정의 폭을 억지로 숨기지 않으면서도, 과장하지 않는 균형 잡힌 호흡을 지켜내자고. 있는 그대로 흘러가되, 너무 매끄럽게만 길들이지는 말자고. 생각이 움직이는 속도와 진실을 마주하는 방식 사이에서 나만의 말투는 자연스레 태어날 것이다.

​세게 흔들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는 호흡으로, 크게 소리 내지 않아도 묵직한 온기가 남는 글로 남고 싶다. 나를 먼저 다독인 이 문장들이 오늘처럼 바람이 차가운 날에도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마음 하나로, 앞으로도 나만의 목소리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