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틈에서 건져 올린 평온의 기록
하루는 언제나 예상이라는 궤도를 벗어나지만, 순간에 남겨둔 문장 하나가 내 생각의 방향을 고쳐 잡아주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어 정해두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중 우연히 생겨난 틈이 더 많은 말을 건네고 오래 남는다. 몸을 일으켜 준비하며 떠오르는 단상들과 지나가듯 스치는 감정들을 적어 두는 행위는, 말하지 못한 무형의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에 가깝다. 어쩌면 하루가 지나면 흐릿해질 기억의 잔해들을 붙잡고 싶은 알다가도 모를 갈망이 나를 움직인 셈이다. 완성도 높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보다, 이 순간을 정갈하게 갈무리하려는 기록장의 마음이 언제나 앞선다.
낮에는 이동 중에 떠오른 단어, 짧은 대화에서 건진 문장, 우연히 스친 장면들이 기록의 재료가 된다. 대단한 사건이 아니어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 오래 머무는 찰나들이 있다. 그 작은 감각의 조각들이 모여 저녁이면 비로소 하나의 겹을 이루기 시작한다.
저녁이 되면 낮 동안의 사진과 기록들을 천천히 되짚는다. 내가 어디서 시선을 멈췄는지, 어떤 생각을 오래 붙잡았는지, 무심히 흘려보낸 감정들은 무엇이었는지. 그 흐름을 따라 수면 아래 침잠했던 마음을 조용히 건져 올린다. 흩어진 내면의 풍경을 재배열하다 보면 비로소 오늘 하루 내 마음이 무리하지 않았는지, 평정심은 잘 지켜냈는지 비춰볼 수 있다.
루틴이라고 부를 만한 규칙은 없지만, 대신 나에게 맞는 고유의 흐름은 있다. 말로 내뱉지 못한 순간이 오면 생각이 움직이고, 그 사이를 무형의 마음이 다녀간다. 그렇게 조금씩 쌓인 문장들이 내 하루의 궤도가 된다.
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틈틈이 남겨둔 기록들은 삶의 궤적을 묵직하게 지탱해 주는 내면의 추가된다. 나의 글은 언제나 이러한 방식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