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문장이 쌓일 때 [7] 내 글의 색깔

글 쓰는 나를 정의하는 일

by 유조
글을 쓰는 순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용히 마주한다. 진실의 교각 위에서 나는 비로소 스스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법을 배운다. 기록은 마음의 결을 잇는 가장 진실한 언어다.


나는 누군가에게 울림을 전달하거나 작가라는 호칭을 얻기 위함 보다, 그저 내 하루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마주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가 써내려 가는 문장들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내면을 정돈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그렇게 남겨진 기록들이 하루의 빈틈을 채우며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빚어낸다.


나는 언제나 일상에서 글을 시작한다. 지나가다 문득 마주한 하늘,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가 글의 씨앗이 된다. 거창한 사건의 파동보다 그 과정에서 머물렀던 내 감각과 일상의 고요한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곤 한다.


누구를 설득도 위로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나의 속도와 감정을 기록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변해가는 나를 확인하는 시간들이 층층이 쌓여 나의 결을 만든다. 때로는 삶의 무게에 눌려 마음이 아려오고 문장을 끝맺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미완의 글마저 흐른 생각의 자국이자, 언젠가 다시 세워질 재건을 기다리는 소중한 흔적이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영감의 순간’이라고 말하지만, 내게 글쓰기는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매일의 호흡에 가깝다. 영감보다 습관, 열정보다 루틴. 그 안에서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해진다.


내가 되고 싶은 작가는 화려한 문체를 가진 작가도, 큰 울림을 주는 작가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가장 진실한 작가이고 싶다. 과거와 미래의 내가 단절되지 않도록, 지금의 내가 정직하게 가교를 놓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


글을 쓸 때면 외부의 소음이 잠시 멈춘다. 흩어진 생각이 한 줄로 이어지고 소란했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 순간의 나는 가장 나다운 상태가 된다.


오늘도 나는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하루를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언젠가 이 문장들이 모여, 구태여 나를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