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함의 거리
꽃들의 여왕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인 5월엔 농부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봄철 가뭄이다. 근 한 달간 이어지는 가뭄은 공기마저 건조해 식물들을 목마르게 한다. 뙤얕볕에 땅은 갈라지고 식물들은 하나둘 지쳐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이때 물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꽃 수가 줄고 비정상적인 형태로 피어나기 때문에 농부는 부지런해져야 한다.
이때 식물들의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내성을 알게 된다는 건데 건조에 매우 강해 5월의 가뭄을 오히려 즐기는 식물도 있고 건조에 약해 힘들어하는 식물들도 있지만 농사는 땅심이라고 했던가?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린 아이들일수록 가뭄에 잘 적응하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대부분 건조에 약한 식물들은 뿌리가 실뿌리로 이루어져 있어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 대표적인 꽃이 앵초다. 더위에 약하기도 해서 뙤얕볕이 내리쬐며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5월부터는 이 녀석들의 아우성이 최고조를 다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반그늘 자리에 심어주고 열심히 물을 줘야지 꽃농부가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고사하고 마는 까탈쟁이다.
반대로 뿌리를 깊게 내려 건조에 강한 식물들은 5월 가뭄에 물을 부지런히 주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의 미모를 뽐내며 리즈 갱신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꽃이 카모마일, 접시꽃 같은 아이들인데 이 녀석들 뽑을라고 치면 어지간해선 뽑히지도 않는 두꺼운 원뿌리를 자랑한다. 이런 두꺼운 뿌리를 지닌 식물들은 대부분 건조에 강하고 과습엔 취약한 장단점을 지녔다.
대부분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건조에는 강하지만 과습에 약하고 더위에 약한 편이어서 우리나라의 무덥고 습한 장마철을 잘 견디지 못해 죽기 십상인데 이런 단점을 보완해 주기 위한 꼼수를 쓰자면 땡볕을 막아주는 차광막과 틀밭을 이용하면 조금은 수월하게 장마를 이겨낼 수 있다.
한여름에 밭일을 하다 보면 그늘진 나무 아래에 잠시 쉬는 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듯이 식물들에게도 한여름 땡볕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차광막을 쳐 그늘을 만들어 조금은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여름에 안전하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명이 다 같은 것 같다. 아무리 상대방이 좋다 해도 과한 관심과 표현은 인간관계에서 독이 되듯이 식물에게도 생육하는데 필수조건인 햇빛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되고 물 역시 과하면 과습으로 죽는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물을 주지 않아 말려 죽이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과하게 많이 줘서 과습으로 죽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뭐든 적당히가 좋은 건데 사람이든 식물이든 그 적당한 거리를 지키지 못해 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선인장도 죽이는 그대들이여.. 잘 생각해 보시라. 내가 말려 죽인 것인지.. 물러 죽인 것인지..
아마도 그 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선인장은 일 년을 물을 주지 않아도 환기만 잘 되는 환경이라면 말라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