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가치

by 이우현

봄에 특별히 더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꿀벌 모시기다. 부지런한 꿀벌들은 3월부터 어디선가 날아오기 때문에 꽃이 아직인 꽃밭에 겨우내 실내에서 월동한 꽃화분을 밭에 가져다 두어 "여기는 꽃밭이란다.." 신고식을 해준다. 그래야 꿀벌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 해마다 화분으로 꿀벌 꼬시기 작전을 해주는데 그것도 수선화와 히아신스, 무스카리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알아서 친구들을 데려와 양껏 꽃꿀을 나누어 가져가니 한차례만 해주면 꿀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해마다 벌들이 줄어든다는 뉴스를 실감하는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꽃을 가꿀 때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을 심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봄철 나의 꽃밭 대표 맛집은 백리향이다.



어찌나 향이 좋은지 이름부터 백리향이라고 지어진 걸 보면 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허브의 일종으로 꽃향기가 백리까지 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백리까지는 아니어도 주변에만 가도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꽃임엔 분명하다. 허브류 답게 백리향은 꽃이 없어도 잎에서 시원한 향이 나기 때문에 어린아이 머리를 쓰다듬듯 쓸어 주곤 한다.

성장세도 빠르고 번식력이 워낙 좋은 친구여서 지피식물로도 그만인 허브다. 단연 꿀벌을 유혹하는데도 일등 공신이다.

꽃농부가 이렇게 꿀벌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수분매개자로서의 역할을 바라는 영악한 농부이기 때문이다. 열매 수확을 목적으로 농사짓는 농부님들은 아마도 더하지 않을까 싶다.


대단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농사를 짓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 자연의 존재는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흙 속의 지렁이, 땅강아지, 작은 무당벌레마저도 저 마다 각자 할 일이 있고 나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처음엔 호미로 땅을 파다 지렁이가 나오면 기겁을 했던 내가 맨손으로 고이 모셔와 지렁이를 다시 땅에 묻어 줄 정도의 친근함이 생겼다고나 할까?


나도 자연에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있음으로 도움이 되는 내가 존재함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