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봄-1

by 이우현

나는 이른 봄에 가장 바쁘다. 겨우내 언 땅을 갈아엎어 주어야 하고 새로 힘차게 올라오는 새싹들에게 퇴비도 뿌려 주어야 피어날 꽃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작업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트랙터처럼 반듯하고 정갈하지는 않지만 손으로 작업한 나름의 멋이 있다.


잡초와 타협해 깔아준 잡초매트는 해진 곳이 있으면 덧대어 메워주고 찢어진 곳은 걷어내고 새로 갈아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 사이로 잡초가 비집고 올라오지 않는다. 비닐 멀칭을 해주면 해마다 새로 깔아줘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는 부직포 매트를 사용하는 게 좋다. 관리만 잘하면 5년은 그 상태로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하다. 뭐든 다 장비빨이 최고다.


땅을 돌보았으면 이제 겨우내 실내 혹은 무가온 온실에서 키운 모종들을 심어주어야 제때 꽃이 피어난다. 너무 일러도 늦어도 안 된다. 추위에 약한 메리골드나 백일홍 같은 봄꽃은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는 3월에 심어주면 얼어 죽기 십상이다. 반드시 마지막 서리가 내린 후에 심어 주어야 한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구근 식물들은 너무 늦게 심어주면 갑작스럽게 무더워지는 5,6월엔 꽃이 금세 져버리기 때문에 지난가을이나 늦어도 2월 안엔 구근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농사는 절기에 맞춰 때때로 해주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이래서 게으른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하는 거다.


'오늘은 한가하니 좀 더 빨리, 오늘은 피곤하니 나중에.'


이런 핑계가 통하지 않는 게 농사였다. 다 때가 있고 그 타이밍에 맞춰 꼭 해주어야 하는 루틴이 존재했다.


내가 농사짓는 걸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다. 꼼수 쓰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만 한다면 따라오는 달란트시장의 선물 같은..

그동안의 삶이 상대평가였다면 이런 절대평가의 농사가 나는 참 좋았다.


앞서 나가려고 서두를 필요 없고 누군가에게 치이지 않고 잘 보이려 애쓸 일 없고 미움받을까 봐 주눅 들지 않아도 되는 나의 일터.


나는 농부의 삶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