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여지?

식물 키우기와 요가

by 허은숙


겨울이 완연하다. 추위에 아침저녁으로 으슬으슬해지는 때이다. 한 달 전에 마당에 두었던 화분식물 일부를 집 안에 들였다. 대체로 야외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위주로 키우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어쩔 수 없이 겨울에는 집 안으로 들여야 하는 식물이 몇 있다. 집안이라야 아래채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방이다. 이곳은 따뜻한 편이 아니어서 매년 추운 겨울을 함께 잘 버텨보자며 옹기종기 들여놓곤 한다. 결국 매서운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열대식물을 보며 ‘다시는 따뜻한 곳이 고향인 친구들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꽃을 피우는 열대기후에서 사는 식물 식구가 또 늘어버렸다. 매년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는 욕심이다.

아침이면 아래채 공방으로 내려온다. 난로 점화를 하면서 밤새 안녕한 식물을 바라본다.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 잔을 내린다, 싱그러운 식물을 보면 어느새 이렇게 잘 자랐는지 놀랍다. 틈틈이 물을 챙겨준 정도였지 짬을 내어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잘 살펴보지도 않았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모습에 내가 요즘 다른 것에 마음을 둘 여유가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는 빈틈을 만드는 것이 결국은 나 자신도 돌보고 뒤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식물 또한 나를 돌보는 듯하다. 반려식물이다.

올 3월에 요가를 시작했으니 1년이 다 되어 간다.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몸을 늘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서둘러 살아왔는지를 알아차리는 시간이다. 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제자리에 놓는 운동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그동안 얼마나 급했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 알게 된다. 숨을 고르는 동안 몸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마음은 안정된다. 몸에 주는 장점을 열거하면, 유연성 증가, 근력과 균형감각 향상, 자세교정, 호흡기능 강화 등이다. 몸을 고치는 운동이 아니라, 삶의 호흡을 고르는 연습이다. 궁극적인 이유는 마음 챙김에 효과가 있다.

시골에 살지만, 멀리 산이나 바다, 아니 가까운 집 앞 천변에 가기에도 시간과 마음이 여유롭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는 걷기와 관절, 몸의 균형운동이 중요해졌다. 글쓰기와 명상을 즐겨하는 중년이다. 요가는 빠름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식물은 정서적 치유효과를 운운하기보다는 계절에 순응하며 함께 살아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은 오일장에 가서 식물 공방을 밝혀 줄 환한 시클라멘 화분 한 개를 사 와야겠다. 요가와 식물 키우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선을 다해 서로를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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