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상장과 운

기업이든 개인이든 결정적 순간에는 운이 좌우한다.

최근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활황입니다. 리스크 관리자의 눈으로 보는 이 뜨거운 열기는 단순히 '기업실적의 개선 전망'으로만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어야 하는 시점(시티그룹 척프린스 전 CEO - [글로벌 금융위기 전 상황을 묘사])"것으로 이해합니다.


주식시장이 끝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만 바보가 되고,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모두가 춤판의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 거대한 스텝이 모여 주가를 끝없이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무섭기도 합니다. 음악은 언젠가는 멈출 것이고, 그러면 이 즐거운 무도회도 끝이 날 것이고, 음악이 멈출것을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척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파티는 순식간의 아수라장이 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즐거운 춤판' 덕분에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낸 누군가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입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시장의 활황이 없어서 K뱅크가 상장에 실패했다면, BC카드는 재무적 투자자(FI, 쉽게 말해서 쩐주)들의 지분을 되사주기 위해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장부상의 숫자가 아닌, 실제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1조 원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거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활황은 케이뱅크의 상장을 가능하게 했고, 1조원에 육박했던 무거운 짐을 1,100억의 현금 지출로 가볍게 끝을 낼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보너스도 있었습니다. 금융회사에 있어 신주발생 상장 성공은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일반 제조기업과 달리 금융사는 '자본의 두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상장으로 케이뱅크는 자본비율, 특히 보통주자본비율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는 신주 발행으로 수혈된 돈 이외에, 재무적 투자자들(FI)의 지분은 완전한 자본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었는데 금번 상장 성공으로 이 리스크가 해소되었습니다. 이제 케이뱅크의 자본은 더 튼튼해 졌고, 앞으로 영업이든 투자를 더 자유롭고 큰 금액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입니다.



['운'이라는 파도를 타는 것]


이번 K뱅크의 사례를 복기하며 리스크 관리자로서 다시금 겸허해집니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더라도 결국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은 운(Luck)'이라는 변수였습니다.


BC카드의 경영진이 유능했든, 케이뱅크의 서비스가 혁신적이었든 만약 시장의 음악이 조금만 일찍 멈췄거나,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요? 치열하게 노력하고 대비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우리를 밀어 올리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운의 파도일지도 모릅니다.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운에 감사하며, 동시에 음악이 멈출 때를 대비해 출구의 위치를 확인해두는 것. 그것이 오늘날 이 무대 위에서 춤추는 우리들의 숙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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