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해석기 작동 시작

내멋대로만 살지 말고 남의 말도 좀 잘 들어보자.

by joni

2025년 늦은 여름, 드디어 위태위태하던 내 인생에 실체를 가진 위기가 닥쳤다.

평생을 남의 말 안 듣고 나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아온 대가다. 사실 솔직한 말로 쓰자면 내 인생의 위기란 늘 어딘가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그 존재감을 뽐내왔으나, 나는 그저 그림자가 내쪽으로 조금씩 더 기울어올 때마다 앉은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않은 채로 엉덩이만 살짝 들어서 0.5인치쯤 옆으로 비켜 앉거나 못 본 척 등을 돌리고 반대쪽을 바라보거나 하는 식으로 회피해 왔을 따름이다. 그래, 인정한다. 나는 분명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위험을 모른 척하고 회피해 왔다. 이제 머리 위로 빽빽하게 닥쳐오는 이 어둠, 그림자, 빚, 뭐라고 적든 하여간에 이 '대 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 이렇게 '명언해석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간 이래저래 사업을 굴려오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 모든 유명한 것에는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의 나는 독창적이지 않은 가치나 충분히 도발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비웃고 조롱하면서 스스로는 잘난 척을 하는 아주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창업 후 만난 경쟁 업체, 협력사와 일하는 과정에서 왜 그들이 굳이 '내가 비웃는' 방식을 택하는지를 뼈저리게 이해하게 됐다. 세상에 이미 잘 알려진 가치들은 나 따위가 비웃든 말든, 모두 그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이미 진작에 증명받았다. 더 덧붙일 것도 없고 빼놓을 것도 없을 만큼 완성된 것 그 자체인 것이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것, 신선한 것, 독창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스스로도 그런 인간이 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거라 믿었으며, 이런 나의 가치관은 어린 시절의 내게 큰 자부심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는 그 시절의 나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예술가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있고, 예술가에게 있어 'Pushing Boundaries'라는 개념은 무척 중요한 것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업가로서는, 그렇다, 사업으로서는, 마냥...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사업을 한다는 것은 내가 믿는 가치에 설득력을 부여해서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판매하는 것이다. 그게 상품이 됐든 서비스가 됐든, 내 판단을 근거로 하여 세상에 나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 이렇게 나만의 '멋'과 '허세'로 가득 찬 나는 도무지 이 세상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든다'라는 표현은 솔직히 너무 과소한 것 같고, 정확하게는 이 세상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라고 해야 한다. 왜냐 하면 현재 내 사업은 지독한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프리랜서로 시작했던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려서 당시로는 꽤 큰 프로젝트를 턴키로 맡게 됐고, 작업의 예산이 커지면서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사업자 등록을 한 것이 내 사업의 시작이었다. 사업 초창기인 2-3년 동안은 계속해서 프로젝트의 양과 질이 좋아졌고 매출도 계속 늘었다. 직원도 더 늘려야 했고 법인 전환도 고려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사업이 기울어버린 걸까?

뭐가 됐든 사업이 내리막길을 타게 된 경위와 현재의 내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글을 통해서 아주 소상히, 한 톨의 수치심마저 다 내려놓은 채로 솔직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무너진 하늘 아래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하다.


그래서 이 <명언해석기>가 내게는 무지막지하게 중요하다는 소리다. 한참 전에도 적었지만, 평생을 남의 말 안 듣고 나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아온 나 자신을 좀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와서라도 나는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을 좀 이해해보고 싶다. 반드시 살아내야만 하는 이 삶에서 내가 나 스스로를 지금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 전에, 반드시 살아내야만 하는 이 삶을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의 인간적인 성장을 위해서.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보편적 가치'를 내 정신과 마음속에도 진정으로 깊이 새겨 넣고 싶다. 나는 최근 들어 일이 없어서 도무지 용도를 찾지 못하게 된 사무실의 화이트보드에다 '나는 얼마나 오만한가?'로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나는 그냥 한 명의 보편적이고도 오리지널한 개인이고 또 동시에 지나칠 만큼 욕심과 분노를 가진 독창적인 인간이다.' 이게 맞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독창적인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나와 완벽하게 똑같은 인간이란 결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분노하고, 그래서 나는 욕심을 낸다. 보편적인 가치와 언어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내가 믿는 가치를 세상에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 그것들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도 오만했던 젊은 시절의 내가 빚어낸 멋지고 소중한 이상과 꿈, 가치관을 내려놓지도, 다치게 만들지도 않는. 제멋대로만 살지 않고 남의 말도 잘 듣는 내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다만 남의 말을 잘 듣기로 했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들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일단은 세상에 나와 있는 유명한 말들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건 클래식이고, 클래식이란 Timeless, 즉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뜻하므로. 앞서 얘기했다시피 유명한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멋진 명언들을 제대로 한번 이해해 보기로 결심한다. 하나 남은 문제가 있다면, 이 유명한 명언들은 이미 그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완전무결한 것들임에 틀림없지만 이걸 해석해야 하는 나의 머리통은 다소 지나치게 '독창적'이라는 점일 테다. 나 자신을 좀 긍정적으로 표현해 보려고 '독창적'이라는 형용사를 쓰긴 했지만 사실은 이 <명언해석기>에 포함될 글들에는 명언에 대한 왜곡과 확대해석이 난무하리라는 저주를 내리는 것이다. 내가 비록 톰 리들은 아니지만 나의 저주는 꽤 강력할 것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의 글을 읽게 된다면 꼬옥, 반드시, 이 점을 유념하시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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