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4월 16일 즈음이 되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는 것을 느낀다. 불안감이라고 해야 할지, 조급함이라고 해야 할지.
그만큼 4월 16일은 내게 작지 않은 트라우마를 남긴 날로 기억된다.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들을 위해 그리도 기도했던 적이 있었던가. 때마다 영화관 가서 어벤저스를 챙겨본다던 친구에게 장난스레 ‘상업예술을 신봉하다니. 어디 가서 순수문학 배운다고 하지 마라.’ 했던 나. 그날만큼은 어벤저스가 현실에 나타나줬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그날 계속 실시간 뉴스만 시청하느라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잠을 못 잤었단 말이다. 내내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었던지 어지럼증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그 뒤로 4월 16일이 되면 뜻이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그날을 기리기로 했다. 때로는 리본을 만들어 나누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으며, 때로는 시를 써서 그날의 비극을 기억하기도 했다.
이번엔 그날의 사건을 다룬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고심하여 한 두세 권 선정해 진열해 두었다. 학생들과 함께 도서를 고르고, 같이 읽고, 또 의견도 나누어 보고.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었지만 우리의 마음을 또 다른 이들에게도 함께 나누고 싶었던, 단지 그런 이유 밖엔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
“어휴, 지겨워. 그만 좀 할 수 없어?”
특별히 착한 척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남들보다 잘났다는 선민의식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른 이의 희생으로 주목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허망하게 떠난 어린 영혼들을 잊지 말아 달라, 그 말 한마디가 하고 싶었던 건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안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가엾은 넋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건데. 것도 일 년에 딱 하루인데, 그만 좀 하라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서운함이 느껴졌다.
님이 지겨운데, 왜 제가 그만둬야 하는지요?
겨우겨우, 안으로만 삼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