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똥 테러 사건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일하는 직책은 1년마다 공고를 내고 계약을 하는 구조라 서류와 면접 절차를 마치면 보통 3월 중간쯤에 학교에 나가게 된다. 그렇게 3월의 중턱에 상쾌한 마음으로 학교로 출근을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내가 있는 교실로 오셨다.
“저기.. 선생님.. 3월 초에 일이 좀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야 할 일이 있는데요..”
‘최소 학교 폭력이구나’라는 생각에 침이 꼴딱 넘어갔다. 혹시 윤우가 또 친구를 다치게 하진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우물쭈물하며 꺼낸 말은 경악스러웠다.
“저.. 학기가 시작되고 3학년 교실이 있는 남자화장실에서 누가 자꾸 똥을 벽에 칠해서요. 범인을 잡아야 해요.”
“네..??”
내가 지금 똑바로 들은 것이 맞나. 아니 도대체 누가 왜 화장실 벽에 똥을 칠해 놓는다는 거지?? 그리고 똥을 변기에 싸면 바로 물속으로 떨어질 텐데 그걸 어떻게 집어 들어서 벽에 칠하지? 손에도 묻을...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속이 안 좋았다. 선생님은 그간 일어났던 똥 테러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벽과 바닥 곳곳에 똥칠을 해놓고 남은 덩어리들은 창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솔직히 어떤 또라이인가 싶었다. 제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리 없을 테니.
“지금 의심이 가는 아이가 있는데 항상 그 애가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갔다 오면 화장실이 그 난리가 나 있었어요. 3학년 6반에 이예준인데요. 심증만 있어서 현장을 꼭 잡아야 하거든요. 잡히면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에요.”
선생님은 아주 단단히 벼르고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몰래 몇 주 동안 더러운(말 그대로 더. 러. 운.) 발악을 했으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까. 그리고 청소를 하는 여사님이 너무나 고생을 하셨다고 했다. 여기저기 쳐 발라진 똥을 혼자서 치우셔야 했으니 얼마나 곤욕이었겠는가. 꼭 잡아서 처벌해야 하니 쉬는 시간마다 그 아이를 주시하라고 하셨다. 지명수배 전단지를 보여주듯이 예준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꼭 잡아달라는 눈빛을 보내셨다.
그날부터 난 강력계 형사 마냥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3학년 6반 앞에는 연구실이 있었는데 몰래 숨어서 감시하기에 딱 인 장소였다. 연구실 유리에 붙여진 시트지 틈새 사이로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틈새로 눈을 밀착해 얼굴을 인식하는 CCTV가 된 것처럼 예준이를 찾기 위해 연신 아이들의 얼굴에 얼굴 인식 초록색 박스를 그려 넣었다. 은밀하게 지켜보기에 완벽한 장소였지만 종종 다른 선생님들이 연구실에 들어오시면 나는 뻘쭘하게 인사를 해야 했다. 불 꺼진 연구실에 어떤 여자가 유리 틈새로 밖을 흘금대는데 너무나 수상하지 않은가! 나는 차라리 선생님들이 “선생님 여기서 뭐 하세요..?”라고 물어봐 주길 바랐다. 그런데 다들 빨리 빠져나가야 하는 분위기를 풍기며 밖으로 종종 나가셨다. 그럴 땐 차라리 빨리 똥 테러 사건이 일어나서 범인을 잡아내고 싶었다.
예준이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씀대로 꼭 시작종이 울린 다음에 화장실로 향했다. 예준이가 화장실로 들어가면 재빨리 연구실에서 나와 화장실 입구 근처 계단 위로 숨어서 지켜보았다. ‘와 이건 뭐 셜록 홈즈 뺨치네’ 하면서 나의 수사력과 기동력에 자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준이는 의심스럽게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면 꽤 시간이 지난 뒤에 나왔다. ‘드디어 잡았다’라는 생각으로 예준이가 나온 뒤 화장실을 확인해 보면 깨끗한 상태였다. 그렇게 2주가 지나갔다.
그날도 연구실에 숨어 있는데 복도가 시끌시끌했다. 청소 담당 여사님이 3학년 6반 담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다급히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혹시 화장실에 또 난리 났어요?”
“아이고 선생님! 제가 죽겠어요! 지금 변기에 똥을 칠해 놓고 변기 안에 휴지를 잔뜩 넣어 놨어요!”
담임 선생님께 무슨 일인지 묻는 나에게 여사님은 토로하듯 말을 쏟아내셨다.
“일단 화장실로 가 보시죠.”
나와 담임 선생님, 여사님은 과학수사대가 되어서 남자 화장실로 출동했다. 참혹한 현장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속이 메스꺼웠다. 화장실 앞은 ‘출입금지 수사 중’이라 적혀 있는 폴리스 라인이 쳐진 듯 누구도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이쯤 되니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혹시 잔해를 밟을까 하얀색 타일 위로 1밀리씩 발을 전진시키며 움직였다.
“첫 번째 칸이에요 선생님!”
이게 뭐라고 떨리는지 손으로 첫 번째 칸 문을 슬쩍 밀었더니 그것들이 있었다. 여사님의 말이 맞았다. 변기에 잔뜩 똥이 묻어 있고 안에는 휴지가 가득 들어 있었다. 6반 담임 선생님도 들어오셔서 보시곤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데 예준이는 오늘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지 않았어요.”
예준이의 패턴은 항상 수업 시작종이 치자마자 화장실을 갔었다. 그래서 나도 종이치고 10분 정도 더 지켜본 다음에 자리를 떠났다. 오늘 예준이는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그럼 범인이 따로 있는 것인가...
나와 담임 선생님은 단념하듯 빨간 고무장갑을 끼는 여사님을 화장실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고생하시는 분을 직접 보니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었다.
다시 연구실로 들어가 눈에 불을 켜고 재수사에 돌입했다. 범인은 반드시 사건현장에 돌아온다...
한참이 지나고 잠시 쉬러 자리로 돌아오니 3학년 6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선생님! 화장실 더럽힌 거 특수 학생이 그랬다고 하네요~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아요~]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는 다행과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없어졌다는 아쉬움 사이에서 내가 지금 교사인지 탐정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화장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복도와 화장실 주변에 내가 자주 있는 걸 목격한 예준이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도 조회시간에 자꾸 학교 화장실에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경찰에 신고해 둔 상태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고 했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 나 같아도 수사망이 점점 조여 오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아니면 예준이가 범인이 아니고 제3의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며칠 뒤 내가 맡은 사건은 자연스레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