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잘 왔구나

by Noah

작은 개인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앞에 서있었다. 접수까지 끝마쳐놓고도 믿기지 않았다.

'나 진짜 이거 맞아? 나 아픈 거 맞아?' 되돌아 갈까 수 만번도 고민했다. 나와 함께 갔던 당시 사랑하던 사람이 조용히 나만 모른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하다하다 여기 오는구나


사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차례 자살을 생각했다. 가족이 누군가 죽었을 때, 유명 연예인이 죽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너져 갈 때... 그러다가 제대로 올 것이 오긴 했다. 매일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웃으면서 다니는 연인들, 가족들이 꼴보기 싫고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졌다. 보통 우울증의 간단한 자가진단은 무력감이나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건데 나는 좀 심하긴 했나보다.


어느날은 샤워를 하는데 샤워루틴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물만 멍하니 틀어놓은 상태로 샤워기 걸이를 뚫어져라 봤다. 여기 매달리면 죽으려나.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맨 손 주먹으로 물이 시원하게 나오는 샤워기 옆 벽을, 타일을 미친 듯이 내려쳤다. 주먹에는 곧 멍이 생길 것 같았다. 근데 속이 시원했다. 아마도 이게 내 자해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은 차 안에서 음악 하나를 반복재생으로 틀어놓고는 자동차 벨트로 목을 칭칭 감았다. 그래,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뭐 어때. 나는 쓸모없어졌어. 이제 나는 나를 버리고 싶어.


나의 뇌의 다른 쪽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결국 이런 저런 일들 사이에 날 죽게 두지 않고 이 병원으로 인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몇 번이나 집에 되돌아 갈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날 집에 돌아가고 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다. 당시 함께 가준 이에게 감사하다.


'확실히 현대 사회에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때만 해도 그냥 다 남일 같았다. 맛집을 방불케 하는 긴 웨이팅 끝에 내 차례가 왔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젊은 남자 의사와 의사가 바라보는 컴퓨터 모니터 옆에 놓여있는 티슈곽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나 여기 잘 왔구나. 나도 과연 울게 될까.' 어쨌든 잘 온 것 같았다. 내가 살아있었음을 그 의사에게 다 털어내고 펑펑 울어봤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의자에 앉으라 했고, 나는 이 세상 모든 병원 환자석 중 가장 편안하게 느껴졌던 그 의자에 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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