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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Oct 12. 2023

코코 Coco

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다

그녀를 코코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거절하고 싶었다. 가라고도 말했다. 난 그저 나 대로 계속, 단출하게,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왜 개를 입양하지 않느냐고, 산생활에 필요한 안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고 누누이 말했었다. 하지만 난 개를 키우는 건 귀찮은 일이라며 극구 히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갈 곳은 없었던 거 같고 떠날 생각도 없었던 거 같다. 삐쩍 마른 그녀의 몸을 보며, 나의 한계를 극복하리라는 마음으로 밥을 주지 않았다. 물론 물은 주었다. 이틀이 다 지나기 전 아침,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간다는 것은 가엾은 행위라는 생각에 눈물 찔끔하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반성했다. 급하게 우유에 밥을 말아 내밀자 코코는 내 눈을,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더니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순식간에 설거지까지 마쳤다. 그 순간 눈물이 날뻔했다. 그리고 알게 된 건,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아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쨌건, 이건 지난 얘기이고 요즘은 매일 저녁 쌀, 고기, 약간의 야채를 한 냄비씩 끓여내며 코코와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생각했던 거보다 그리 귀찮지 않고 아가들 보며 코코와 조금씩 정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이쁜 아가들 여덟이 지난 10월1일, 일요일 밤에 세상에 나왔다.


바닥에 메트를 깔아주었지만 코코가 싫어했다. 떠돌며 살았던 탓에 그저 땅에 배 깔고 사는 게 좋은가 보다.

이제 코코는 HillTopHut의 일부가 되었다.
청명한 아침이다. 

공기도 산뜻하고 얼굴을 묻고 비벼대고 싶은 따뜻한 햇살에 내 몸의 모든 세포는 깨어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햇살에 맨살 노출하기에 최적이다. ---언덕 위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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