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다
그녀를 코코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거절하고 싶었다. 가라고도 말했다. 난 그저 나 대로 계속, 단출하게,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왜 개를 입양하지 않느냐고, 산생활에 필요한 안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고 누누이 말했었다. 하지만 난 개를 키우는 건 귀찮은 일이라며 극구 히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갈 곳은 없었던 거 같고 떠날 생각도 없었던 거 같다. 삐쩍 마른 그녀의 몸을 보며, 나의 한계를 극복하리라는 마음으로 밥을 주지 않았다. 물론 물은 주었다. 이틀이 다 지나기 전 아침,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간다는 것은 가엾은 행위라는 생각에 눈물 찔끔하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반성했다. 급하게 우유에 밥을 말아 내밀자 코코는 내 눈을,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더니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순식간에 설거지까지 마쳤다. 그 순간 눈물이 날뻔했다. 그리고 알게 된 건,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아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쨌건, 이건 지난 얘기이고 요즘은 매일 저녁 쌀, 고기, 약간의 야채를 한 냄비씩 끓여내며 코코와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생각했던 거보다 그리 귀찮지 않고 아가들 보며 코코와 조금씩 정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닥에 메트를 깔아주었지만 코코가 싫어했다. 떠돌며 살았던 탓에 그저 땅에 배 깔고 사는 게 좋은가 보다.
공기도 산뜻하고 얼굴을 묻고 비벼대고 싶은 따뜻한 햇살에 내 몸의 모든 세포는 깨어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햇살에 맨살 노출하기에 최적이다. ---언덕 위 오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