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의 글쓰기 태도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
읽었던 책들을 더듬어보다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와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다시 만났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암암리에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철학적 사유는 강준만과, 유시민에게서 배웠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글의 태도만큼은 강원국에게서 배운 셈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에서
그는 말하기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것.
상대를 이기려 하기보다 설득하려는 마음.
말은 관계를 깨뜨리는 무기가 아니라 지키는 책임이라는 관점을 말하는데,
그는 이를 두고 “말의 품격”이라 부른다.
흥분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며, 그러나 할 말은 하는 방식을 말한다.
말은 힘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태도라는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를 좋아했다.
어쩌면 내 결핍을 채워주는 인물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첫사랑을 닮은 외모였다는 건… 쉿, 비밀이다.)
이어지는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그는 말한다.
글은 특별한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고.
쓰기 전에 생각부터 정리하라.
복잡한 문장은 복잡한 생각의 증거다.
추상어를 줄이고 구체적으로 써라.
말하듯이 쓰되, 생각은 치열하게 하라.
이 책은 기술서라기보다
‘쓰기의 태도’에 관한 책이다.
결국 글을 잘 쓰는 사람이란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학원 시절, 원서를 번역해 발제문을 써야 했던 과제들이 떠오른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했을수록 글은 오히려 쉬워졌다.
잘 이해한 글일수록 또렷했고,
또렷한 글일수록 공격받기 쉬웠지만
그만큼 활발한 토론을 여는 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말하듯이 쓰는 글쟁이가 되려고 한다.
철학적 개념을 어렵게 감추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는 사람.
어쩌면 이런 태도는 오랜시간 어린이 철학 연구소에서 아이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반영된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한 후배는 나보러 '설명쟁이'라고 놀리기도했었다. 너무 풀어서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ㅠ.ㅜ
생각은 깊게, 문장은 낮게.
그게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다.
다음은 수년 전 내가 내 인스타에 써 놓은 투덜거림이다.
무진기행의 김승옥처럼 입속의 검은 잎의 기형도처럼 나도 문학적인 재능을 갖고 싶다 생활 일기도 끄적대고 생각나는 대로 에세이 형식으로 주절대지만 내 글에서는 문학적 특유의 창조적인 비유나 상상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그저 나는 분석력이나 비판력, 관찰력이 좋을 뿐이다 그게 다이다. 문학적 재능은 연습으로 길러지는 것 같지 않다 인스타 유영을 하다 보면 어쩌다 우연히 그런 글을 쓰는 인친님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분..... 그런데 특이한 건 또 막상 그런 글을 대할 때면 그 자체로 글에 젖어들기보다 분석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는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젖어들기 쉽지 않은 나의 태도...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