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영화

by 최지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어릴 때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읽으며 동화 속 이야기처럼 자신의 인생이 흘러갈 거란 기대를 하며 한 송이 꽃처럼 활짝 만개할 날만을 기다리던 여자들은 마츠코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현실의 장벽과 사랑의 실패, 인생의 쓴 잔을 마시며 어린 시절 동화란 동화일 뿐이란 냉소적인 생각에 젖는다. 그런데.. 여자들의 어린 시절 낭만, 로망을 만든 건 누구인가?


마츠코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그녀를 절망으로 지옥 같은 삶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다.


아버지, 제자, 동거남, 동거남의 질투쟁이 친구 등등...



그리고 그녀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녀의 남조카이다.. 이런 구도로 본다면 짜증 나는 부분들이 참 많지만, 난 마츠코의 인생을 보면서 그녀가 대변하는 것은

오직 사랑만이 삶의 동기이고 목표인 한 여성이 아니라, 사실은 한 인간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자들만큼이나 어린 시절 백일몽을 꿈꾸며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남성들 역시나..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백마 탄 왕자가 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동화 속 영웅이 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매 한가지니 말이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말인 거 같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태어남인데..

자기가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것이 탄생일진대..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정도로

비참한 거다...

인생이..

마츠코는 철저하게 남에게 주기만 했기에 자신의 육신과 자신의 삶은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류 군은 하느님이라고 한다.


관조적이고 고귀한 하느님이 아니라 너덜너덜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남루한 하느님...

나 역시도 그 순간...

진정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그 모습은 마츠코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는

사랑스러운 마츠코였었고,

우리 누구나

사랑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지금 나는

혐오스러운 OO인가,

사랑스러운 OO인가..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무엇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 무엇을 주었느냐로 매길 수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어디까지 내줄 수 있는지....


누구에게나 삶은 일회적이다.

윤회를 믿지 않는 나로서는

더욱더 삶의 일회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그래서

흐르는 시간 속에 던진 말들, 행동들은

마치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들처럼

한 편의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삶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는 거..

음미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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