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라는 거울이 깨지고 흩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진 이후로 나의 삶은 부서진 파편들을 긁어모아 '나'를 다시 재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재활은 일종의 "조각 맞추기였다"
나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 동안 나는 내가 찾아 맞춰 놓은 현재의 내 모습이 진짜 '나'인지 과연 진짜 '나''란 따로 있는 것이긴 한가 의심스러웠다.
아픈 뒤로 회복 과정에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했던 사람이었던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뭘 위해 살았던가' 보다 똑바로 걷기가 더 중요했고 그 결과 지금 나는 보조기 도움을 받아 겨우 걷고 있다. 누군가는 그게 바로 걷는 거냐라고 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처음 와상 환자에서 휠체어로
그다음 한 발씩 내, 딛다가
겨우 보조기 도움으로 일상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기에 장족의 발전이 라고 할 수 있었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오직 재활에만 집중했던 시절에는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된 일상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 단위를 크게 보면 나는 장족의 발전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몰라보게 성장했다.
지금 나를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잃어버린 파편들은 내 커리어도 내 몸뚱이도 내 의식도 아닌 바로 '오직 완성된 물리적 몸'이다라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나는 더욱더 글에 매진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신체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왼 팔과 불편한 왼 다리 같은 물리적 한계에 가둬져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신체라는 한계 안에 가둬있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내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정신만큼은 파스칼이 말한 대로 온 우주를 감쌀 만큼 크고 거대하며("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칸트가 말한 만큼 내 이성은 의지라는 날개로 윌권(실천 이성)을 행사하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기 때문에 나는 정신으로 도피(?)한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이렇게 물리적인 결과물들로 나오는 듯하다.
"나"를 완성하는 그 마지막 한 조각은 과연 무엇이 될까? 고대 철학자들이 말하는 신체에 불어넣는 영혼의 한 "숨(프시케 psyche)" 말이다.
나는 아직도 내 인생이 기대된다. 나이 50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