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방인

제1막

by 최지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었다.


민하는 오랜만에 한껏 차려입고 마치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잡혀 있는 사람처럼 집을 나섰다. 약속이라도 잡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는지, 혹은 스스로도 속아 넘어가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평소 마음속으로만 눈여겨보던 레스토랑 겸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이면 창가 자리는 금방 차버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며칠 전부터 네이버로 미리 예약까지 해두었다. 좋아하는 샴페인 한 병도 함께.


오늘은 조금 남기더라도 상관없었다. 분위기에 취하고,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민하는 자리 안내를 받자마자, 종업원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몸을 창가 쪽으로 몸을 틀어 앉았다. 창밖에 시선이 가 있는 척하며 주문해 둔 얼음통에서 부르고뉴 크레망 샴페인을 꺼냈다. 손가락이 병목을 감싸는 순간, 괜히 긴장한 마음을 달래듯 숨을 한 번 고르고 나서야 ‘뻥’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속으로 혼잣말을 건네고는 잔에 샴페인을 채웠다.


기포가 가늘고 투명한 빛을 내며 올라왔다 사라졌다. 민하는 최대한 무심한 손짓으로 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알코올이 몸에 스며들며, 굳어 있던 마음이 서서히 풀렸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 안에는 이미 커플들이 하나 둘 앉기 시작했다.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속삭이거나,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의 장식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모습들이 차곡차곡 자리들 속을 채워갔다. 서빙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천장과 벽 곳 곳은 반짝이는 장식과 금빛 리본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창밖은 더 화려했다. 건물마다 크리스마스 전구가 반짝이며 거리 전체가 축제처럼 빛났다.

하지만 그 빛 아래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 오직 민하뿐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자.’


그녀는 다시 한 모금 마시며 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잔에 비친 자신의 표정은 어쩐지 쓸쓸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오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만은 오지 않는 듯한 느낌


마치 크리스마스라는 커다란 축제 밖에서 조용히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보는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민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게, 이야기는 이제야 시작될 것만 같은 밤이었다. 원래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런 밤이지 않은가? 매직이 이뤄지는 밤

크리스마스 이방인인 그녀에게도 크리스마스 매직은 허락되리라. 오늘 밤만큼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