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그 안의 불씨

단편소설 2

by 최지윤

제1막. 설립과 기대

딩동

연말 기부를 목표로 한 봉사동호회 밴드는 설립 초기부터 설렘으로 가득했다.

모임은 각자의 이유로 참여했지만, 모두 좋은 인연과 선한 활동을 기대했다.

첫 모임에서, 누군가는 활발히 봉사 계획을 제안했고, 누군가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했다.

가장 눈에 띄게 활동 한 인물은 미숙이었다. 대구에서 온 그녀는 회계를 맡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밴드의 두 리더, 연령이 높은 오빠 두 분은 미숙의 성실함과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며 특별한 신뢰를 보냈다.


“미숙 없인 이번 기부행사도 제대로 못 치를 거야.”

단톡방에 올라온 리더 중 한 명인 진우의 메시지에 모두가 동의했다.


제2막. 균열의 시작


이렇게 처음에는 모두 신뢰했지만, 작은 사건이 불씨가 되기 시작했다.

미숙에게 밴드 행사 김밥을 맡긴 일이 있었다. 재료비를 지급했지만, 행사 당일 그녀가 싸 온 김밥은 예상보다 적었다.

“남은 재료를 집에서 만들어 먹었나?”

누군가 속삭임이 번지고, 미숙의 행동은 ‘얌체’라는 시선으로 변질 됐다.


여기에 더해, 미숙이 소개한 요가 치료에 밴드 동생 경선이 선불금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숙은 온갖 친절로 경선에게 접근했지만, 목적을 달성한 뒤엔 경선에게 관심을 끊었다. 평소 경선은 혼자 지내며 우울증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숙이 친하게 지내며 잘 이끌어주는 듯하더니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경선과 다시 멀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동생은 외롭게 남았고, 다른 회원들은 미숙의 태도를 비 양심적이라고 판단했다.


제3막. 소문과 폭로


게다가 정미라는 같은 대구 출신 언니는 처음에는 미숙과 친했지만, 뒤에서 소문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숙이 요가 치료로 동생을 끌어들였대. 그리고 남은 재료로 자기 집 김밥도 만들었다더라.”

밴드 안에서 작은 소문이 큰 파장을 만들었다.

게다가 미숙은 스스로 유부녀라고 처음 밝히고, 어느 순간 미혼으로 바꿔 말하며, 모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정미는 미숙이 요가 강사와 동거 중이라는 소문까지 흘리며, 미숙은 도덕적 비난의 중심에 놓였다. 왜냐하면 미숙은 공공연하게 밴드 공창에서 총각인 또래 남자와 썸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둘 다 싱글로 전제하고 밴드 공인커플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여서 그렇다.


제4막. 권위와 편파


밴드의 두 리더는 처음엔 미숙을 방패처럼 감싸주었다.

그녀는 궂은일을 도맡았고, 리더들이 보기에 모임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리더들이 편파적이다”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모임 내 긴장이 점점 높아졌다.

미숙의 해명과 리더들의 옹호에도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5막. 정미의 약점과 파장


반격은 미숙 쪽에서도 시작됐다.

밴드 사람들은 정미가 7살 어린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미숙이 끌어들인 동생에게 정미가 찾아가 하소연하면서 약점이 드러났다.

동생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밴드 안으로 퍼지면서, 이제 미숙과 정미 모두가 서로의 도덕적 결함과 인간관계의 허점을 드러내며 밴드는 편 가르기와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제6막. 모임의 분열


회비와 장소 문제, 작은 오해와 뒷말, 개인적 사생활까지 얽히며 밴드는 더 이상 처음의 순수한 봉사 모임이 아니었다.


단톡방에는 날 선 댓글과 공격의 글, 장문의 변명 글이 이어지고, 밴드 공창에 알람이 얼마나 울려대는지 그리고 잠깐 안 들여다보면 공창에 대화가 수백 개가 달리는데, 쫓아가기 바쁘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싸늘한 공기와 눈치보기, 은근한 공격이 반복됐다.


연말 기부행사조차 끝났지만, 모임은 이미 사람들의 신뢰가 무너진 채 흩어졌다.


제7막. 여운


연말 기부행사가 끝났다.

미숙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지켰고, 정미는 다른 모임으로 흩어졌다.

가영은 그날 밴드를 떠났다.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밴드에는 그저 ‘가영의 사진을 누르면 이미 탈퇴한 회원입니다’라는 문구만 남았다.


며칠 뒤, 폰이 진동했다.

“○○ 봉사밴드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보낸 사람은 낯선 이름이었다. 아마 미숙의 친구일 것이다.


가영은 잠시 망설였다.

‘또 비슷하겠지.’

그러나 손끝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입장하기.”


화면이 켜지며 첫 글이 나타났다.

“함께해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가영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선의와 의심, 헌신과 피로가 얽히는 불씨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가영은 다시 초대장을 누른다.

우리는, 결국 외로운 인간이니까.

선의로 시작했지만, 사람의 욕망 앞에선 어느 모임도 쉽게 무너진다.

누구 하나 완전히 옳거나, 완전히 나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서로를 믿는 마음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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