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 그 첫번째 이야기

단편소설5-(1)

by 최지윤

미진이 태어난 곳은 전주였다.

미진이 어릴 적, 엄마는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떠난 거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미진은 알고 있었다. 엄마는 이제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도 학교 졸업식 날이면, 운동장 한쪽이나 교문 밖 어딘가에서 엄마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괜히 두리번거렸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서서 박수라도 쳐주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즈음, 미진은 이유 없이 집을 나와 콩나물국밥집에서 숙식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버티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는 울지 않아도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언니가 불쑥 찾아왔다.


미진아, 미진아. 엄마가 찾아왔어. 우리가 보고 싶대.”


미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가 우리를 보고 싶어 찾아왔다니.


“그동안 아빠가 못 만나게 해서 못 온 거래.”


미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엄마가 우리를 완전히 버렸을 리는 없었다.


“엄마 어디 있어? 빨리 만나게 해줘.”


둘째 언니는 미진을 데리고 엄마를 만나게 해주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엄마는 많이 늙어 있었고, 많이 작아 보였다. 미진은 엄마를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도 울었다. 둘은 한참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날, 엄마는 어렵게 돈 이야기를 꺼냈다.

미진은 그 말이 나오자 마음이 먼저 아팠다. 어렵게 찾아온 엄마가 그런 말을 해야 할 만큼 힘들구나 싶어서였다. 미진은 콩나물국밥집에서 월급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꺼내 엄마에게 건넸다. 적금으로 넣고있던 돈을 모두 중도해지해서 드린거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그 돈을 받았다.

그날 밤, 셋은 모텔방에서 함께 잤다.

다 같이 잤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진은 오랜 허기가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이모를 통해 엄마 소식을 들었다. 미진은 엄마가 산다는 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지는 못하고, 멀찍이 서서 집만 바라보았다. 엄마는 모르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고, 그 집에는 아이가 둘 있었다. 둘 다 남자아이였다.


아빠에게는 딸만 셋이었는데, 그 집에는 아들만 둘이었다.


미진은 가져간 돈 이야기는커녕, 인사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 채 돌아섰다.

그게 엄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미진아, 이모야. 너희 엄마가 죽었다. 그래도 너희 엄마인데… 가봐야 하지 않겠니?”


수화기 너머에서 이모의 목소리가 오래 울렸다.

( 다음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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