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5-(3)
광주로 온 미진은 친구를 따라 첨단의 한 부품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3교대 근무였다. 정말이지 쥐꼬리만 한 월급이었다.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집에 숙식하며 벌던 돈에 비하면 세 발의 피였다.
그래도 전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광주라는 대도시로 온 이상, 여기서 성공해 돌아가고 싶었다.
미진의 꿈은 단순했다.
광주에서 광주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번듯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전주에 있는 아버지와 언니들 앞에 다시 서는 것이었다.
특히 공부 안 한다고 늘 구박하던 둘째 언니에게는, 여봐란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 미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공장 일이 끝나면 파티가 시작됐다.
첨단은 유흥문화가 발달한 곳이었다. 미진은 곱게 단장을 하고, 같이 방을 쓰는 친구를 따라다녔다. 그 친구가 미리 잡아둔 약속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렇게 어울리다 보니 사람들도 새로 사귀고, ‘아는 오빠들’도 하나둘 생겼다.
다들 친절했다.
오빠들은 미진이 성격이 시원시원하다며 재미있어했다. 미진은 거짓말을 잘 못했고, 국밥집에서 일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 말투가 좀 거칠었다. 전주 사투리를 섞어 쓰며 툭툭 내뱉는 말들이 때로는 걸걸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런 점들이 오히려 광주의 오빠들에겐 재미있게 느껴졌다.
“야, 미진아. 오늘 야간 끝나고 뭐 할 건데?”
같이 방을 쓰는 친구 영미가 눈썹을 그리다 말고 물었다.
미진은 작업복을 벗어던지며 대꾸했다.
“뭐 하긴 뭘 해. 씻고 나가야지. 집에 처박혀 있긴 싫고.”
“오늘 오빠들이 사람 모으라던데.”
“어디?”
“첨단 쪽. 노래방 먼저 가고, 그다음에 술 한잔.”
미진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한 번 더 덧칠했다. 전주에 있을 때는 이런 화장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 오빠들 또 술만 퍼먹는 거 아녀?”
“아냐 아냐. 이번엔 괜찮아. 승헌 오빠는 차도 있다니까.”
“차 있으면 뭐 혀. 어차피 다 똑같지.”
그러면서도 미진은 머리를 다시 묶었다 풀었다 했다. 마음이 벌써 밖으로 나가 있었다.
노래방 방 안은 시끄러웠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섞여 있었고, 다들 미진을 보자마자 말을 걸었다.
“야, 얘가 그 미진이야?”
“어, 전주에서 왔다는.”
“아~ 사투리 쓰는 애?”
미진은 웃으며 컵을 받았다.
“사투리 쓰면 어쩔 건데.”
“아니, 그게 웃겨서. 말하는 게 시원시원하잖아.”
“내가 원래 좀 걸걸하긴 혀.”
“그게 매력 이렇도.”
누군가 웃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오빠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너 전주면 왜 광주 왔어?”
미진은 잠시 노래방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전주에 있어봐야 뭐여. 거긴 답이 안 나와.”
“그래도 고향인데?”
“고향이 밥 먹여주나.”
말이 튀어나오자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미진은 괜히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술자리가 길어지자 누군가 물었다.
“미진아, 너는 꿈이 뭐냐?”
“꿈?”
“응. 다들 하나씩 있잖아.”
미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 그냥 잘 사는 거.”
“그게 뭔데.”
“남들 보기에 번듯하게.”
“구체적으로.”
미진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광주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집 하나 있고, 차 하나 있고…
전주 가서 아버지랑 언니들한테 ‘나 잘 산다’ 소리 한 번 듣는 거.”
“오, 야무지네.”
“대학 안 나와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 말에 누군가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웃었다.
“맞아. 대학 안 나와도 잘 사는 사람 많아.”
그 말을 들으며 미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 틀린 거 아니여.'
그런 미진을 어둠 속에서 짐짓 가만히 응시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음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