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5-(5)
영미는 술자리가 시작되자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 근처에서 다른 모임이 있다며, 둘이 마시라고 했다. 미진이 붙잡았지만 영미는 손을 뿌리치고 후다닥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승헌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진아, 오늘 안 들어와도 괜찮아야.”
“저런 미친 가시나….”
술이 나오자 승헌은 미진에게 잔을 내밀었다. 소주는 소주잔에 칠부쯤 따르는 게 예의라며, 그게 주도라고 가르쳤다. 안주를 한 점 먹고 나면 다시 따르라고 했다. 하나하나 일러주는 손짓이 유난히 자연스러웠다.
미진은 그런 행동이 묘하게 싫지 않았다.
정작 승헌은 처음 마신 두 잔 이후로는 술을 더 못 마셨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잔을 들기만 해도 고개를 저었다. 결국 남은 술은 미진이 다 마셨다.
승헌은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남자였다. 생활 습관이 참 단정해 보였다. 미진은 그게 좋아 보였다 특히나 열아홉 순정을 나눈 첫사랑 경호가 술담배에 쩐 동네 일진에 게임중독 폐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오빠는 무슨 일 해요?”
“컴퓨터 수리도 하고, 납품도 하고 이것저것 대리점, 친구랑 같이하고 있어.”
“와, 사장님이네.”
“사장은 무슨.”
“여태 결혼 안 하고 뭐 했대요?”
“일하느라. 마땅한 사람도 없었고.”
“집은 어디예요?”
“광주.”
“와, 광주 사람이네.”
“차도 있어요?”
“있지. 겨우 굴러다니는 똥차 하나. 시내나 다녀.”
“그것도요?”
미진은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열네 살 많은 남자가, 이상하게도 자신이 막연히 바랐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럼 마지막 질문.”
미진은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오빤… 내가 좋아요?”
“좋지.”
승헌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처음 널 노래방에서 봤을 때부터. 네가 순수해 보였거든. 물론 내가 너무 나이 많은 건 알아. 도둑놈 같겠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잘해줄게, 미진아. 네가 바라는 거, 다는 못 해도 들어주려고 노력할게. 나랑… 시작해보지 않을래?”
( 다음 이야기로 )